대통령까지 나서 월세로 살라고 권했다. 2016년 1월1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금리가 올라갈 일도 없는데 누가 전세를 놓겠느냐”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 반전세 형태였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공급정책을 강조하며 던진 이 말은 사실상 전세시대 종말 선언과도 같아 서민들을 아프게 했다.
그랬던 전·월세 시장이 달라졌다. 2년 새 전세가 늘고 월세가 줄었다. 전세 종말을 걱정하던 목소리는 온데 간데 없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는 전체의 73%다. 올 들어서도 1~2월 전세가 72.4% 수준이다. 2017년 서울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 비중은 69%로 1년 새 4%포인트나 늘어난 셈이다.
전세가 늘어난 두번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갭투자 효과다. 2016~2017년 붐이 일있던 갭투자는 초기 투자금을 최소화해야 하므로 대부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방식이었다. 당시 갭투자가 시세 차익을 보고 팔 때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으려면 ‘2년 보유’라는 조건만 만족하면 됐다. 이 와중에 대출 등 각종 규제가 생기면서 집을 못판 갭투자들이 유주택자로 시장에 남게 됐다. 이들이 전셋집 공급에 일조하게 된 셈이다.
그렇지만 전세가 늘어났다고 마냥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역전세난을 넘어서 깡통전세를 우려해야 할 판이다. 전세시대가 되살아났지만 씁쓸함이 남는 이유다.
정부가 2~3년 후를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 대책만 편다면 ‘되살아난 전세시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도 부러워하는 한국의 전세 제도를 지킬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