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에 주식거래·불륜까지…금감원을 어찌할꼬

  • 등록 2018-01-15 오전 6:00:00

    수정 2018-01-15 오전 6:02:23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 설명회가 구직 희망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기획재정부의 이달 말 공공기관 변경 지정 도마 위에 오른 것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뿐만 아니다. 금융감독원도 유력한 후보의 하나로 거론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금감원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정부가 위탁한 금융 감독 업무를 하며 금융기관에서 걷은 감독 분담금이 기관 전체 수입의 절반을 넘는다는 근거에서다.

준정부기관은 공공기관 운영법이 규정한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3개 공공기관 유형 중 둘째로 높은 수준의 정부 통제를 받는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2009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돼 현재는 공공기관이 아닌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따른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이사회·임원 임명 등 지배 구조상 견제 시스템이 깐깐해지는 것은 물론 직원 성과급과 기관장 인사 조처를 좌우하는 기재부의 경영 실적 평가까지 받게 된다.

금감원은 기재부의 공공기관 지정을 꺼리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채용 비리와 직원 불법 주식 거래, 사내 불륜 스캔들까지 줄줄이 터지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급물살을 탄 것도 감사원의 방만 경영 지적에 따라 작년 10월 국정 감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공공기관 신규 지정 등을 결정하는 기재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한 민간 위원은 “금융은 면허 사업으로 국가가 허가를 내주고 그 허가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금감원”이라며 “사실상 정부 규제를 위탁받아 행사하면서도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풀어줬더니 관도 민간도 아닌 회색 지대에서 몸집이 커지고 자기 편한 데로 움직이다가 사고를 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도 금융 감독 기구는 정부 기관으로 운영하는 곳이 더 많다”면서 “감독 권력이 자기 논리에 의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정부 기관으로 두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지원단 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대 견해도 많다.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감독 기구의 독립성을 해치고 규제 산업인 금융의 ‘관치’를 강화하리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재부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결국 금감원을 장악하려는 의도”라며 “채용 비리도 실무자가 반대하지만 위에서 찍어누르니 발생하는 것처럼 부당 채용과 방만 경영 등을 방지하려면 정부로부터 더 멀리 떨어뜨리는 것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한국은행의 경영이 나름대로 투명한 이유는 우리 사회가 한은의 독립성을 지켜줬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정부로부터의 금융 감독 기구 독립이 금융 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 금융 정책 및 감독 업무 개선책을 모색한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작년 말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혁신위는 보고서를 통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감독기관 독립성과 책임성을 약화시켜 정치권 등 외부 압력에 더욱 취약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앞서 지난해 7월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 산업 구조 선진화를 새 정부 국정 과제의 하나로 제시했다. 금융위가 가진 정책 및 감독 기능을 떼어내 금감원이 정책 당국 이해 관계에 맞춰 규제 칼을 휘두르는 관치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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