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연출가 이윤택(64)이 최근 자신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작정을 하고 말을 꺼냈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연극인이 노동자가 됐고 환자가 됐다며 한국연극이 정치적으로 예속되고 오랜 시간 한우물을 파온 예술가를 홀대하는 풍토에 분노를 쏟아냈다. 이윤택은 ‘시민K’ ‘오구’ ‘바보각시’ 등 한국적 연극원형을 찾으면서도 한 인간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스승인 오태석은 50여년간 60여편을 쓰고 연출해온 연극계 산증인으로 통한다.
정부와 공연계는 젊은 연극인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의 자양분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먼저 길을 닦은 선배의 공로는 존중해야 마땅하다. 한국연극을 풍성하게 하고 능력 있는 젊은 연극인을 키운 건 선배다. 그런 선배를 보며 후배가 자극을 받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한다. 일본 연극계의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81)는 일본의 정서와 문화를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마지막 세대라며 추앙을 받는다고 한다. 스승을 홀대하는 건 시대를 홀대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