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사태 선포권 관련 내용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안전처 장관에게만 부여된 재난사태 선포권을 시·도 지사에게도 부여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시도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 안전처는 “재난관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초동 대응을 강화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판단은 달랐다. 박인용 장관이 재난대응 책임을 지자체장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박 장관이 무책임한 결정을 했다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한국방재안전학회 상임고문)는 “재난 발생 시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으려고 재난사태 선포권을 남발해 특별재난구역을 지정하려고 할텐데 대책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마스터플랜 세부 내용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100대 세부과제 중 57개 과제가 부처 합의가 필요한 법 제·개정 사항이다. 안전처조차도 100대 과제가 순조롭게 실행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방기성 안전정책실장은 “큰 틀에서 합의는 됐지만, 법 조문 등 세부 협의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뻥튀기 안전예산’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예산 확보·집행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가 5년간 투자하기로 한 예산 30조원은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끝나지 않아 확정된 예산이 아니다. 국토해양부 등 부처별 건설·토목 관련 예산이 ‘안전 예산’으로 둔갑한 경우도 있다. 30조원 모두 순수한 안전예산으로 보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안전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책을 집행하는 게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전처가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분야부터 선정해 정책을 추진하라는 주문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처가 성공하려면 백화점 방식이 아니라 맛집 스타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해경·소방 등 고유업무 분야부터 안전 정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인용 장관이 판을 키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가능한 일부터 소신껏 정책을 집행하는 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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