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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특히 여행의 경우 고가의 상품 혹은 서비스를 구매할 때 더욱 그렇다. 미리 경험해본 이들에게 물어보고 결정을 내리고 싶지만 그 상품을 구매해본 사람을 찾기 어렵고 시간을 할애해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줄 사람을 만나기는 더욱 어렵다. 여행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급성장한 기업이 바로 도래소프트다. 이 업체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제2회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래소프트가 선보인 서비스는 ‘여행노트’(www.tnote.kr). 여행스토리형 애플리케이션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버전으로 배포했다.
여행노트는 곧 여행기다. 사실 사소한 데서 착안했다. 여행자가 직접 작성한 여행기는 ‘정보’가 되고, 이는 다시 다른 사용자와 ‘공유’로 이어지며, 정보는 ‘데이터’가 되고, 다시 ‘데이터베이스’화 된다는. 사용자들은 집적화된 데이터를 이용하거나 재가공하며 정보를 걸러낸다. 이런 무수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보는 말 그대로 가치가 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여행노트는 여행 분야에 집단지성을 이용하는 플랫폼인 셈이다.
김성욱 도래소프트 대표는 “여행자는 자신의 여행코스에 따라 여행기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각 여행지별로 사용자의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축적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했다”면서 “단순한 여행지 정보를 넘어 사용자 간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는 양 방향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여행노트는 국내여행기, 해외여행기, 맛기행 모두를 지원한다. 또 원하는 여행지를 검색하거나 주변 여행지 검색을 통해 공개된 또 다른 여행자의 여행기와 동선을 볼 수 있다. 눈여겨보던 타인의 여행기를 개인 보관함에 저장하거나 다른 사용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팔로우 기능도 있다. SNS와 블로그의 장점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개인의 여행 이력과 취향을 분석하고 그 통계를 기반으로 최적의 맞춤형 여행정보를 추천해주는 ‘개인화 여행추천서비스’를 더해 소셜여행플랫폼으로서의 획기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김 대표는 “사용자가 보다 쉽게 여행기를 올릴 수 있도록 스마트 폰 등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은 물론 검색과 더 많은 사용자가 쉽게 사용하도록 PC용 버전을 만들었다”고 했다.
▲실패에서 성공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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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러한 성공은 쓰디쓴 실패의 아픔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 대표의 첫 도전은 ‘이츠타운’. 위치기반서비스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이다. 2010년 모바일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처음 도전했다. 이츠타운은 사용자 주변에 있는 각 상점 이벤트를 알려주고, 각각의 상점 블로그를 통해 메뉴 등 다양한 정보를 사용자들에게 알리는 서비스. 김 대표는 “당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용자 확보에 실패한 이츠타운은 결국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기회는 곧 다시 왔다. 창조관광공모전이 재기의 발판이 됐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공모전에 한번 실패했던 이츠타운의 위치기반시스템에 여행스토리를 접목한 여행노트라는 새로운 여행정보플랫폼을 출품,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팀장은 “여행노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보다 확장성”이라며 “대부분 여행정보서비스가 개략적인 설명에 그치는 백과사전식 서비스라면 여행노트는 여행자 간의 집단지성을 이용한 위키피디아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어 “소수의 저자들이 만들어내는 론리 플래닛과는 달리 수많은 사람이 함께 제작한다는 점, 그럼에도 이 모든 정보가 무료라는 사실도 매혹적”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김 대표의 아이디어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먼저 사업화 자금 3000만원을 비롯해 컨설팅·창업교육·영업망 연결 및 확충 등 세세한 면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김 대표는 “창조관광공모전은 한 번의 실패로 패배의식에 빠져 있던 나에게 한 줄기 빛이었다”면서 “작은 아이디어에도 과감한 지원을 받은 덕분에 시장에서 잘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내년 목표 ‘내실화’…매출 목표는 30억
도래소프트의 2015년도 목표는 ‘내실화’다. 그동안 여행노트의 시스템 개발과 출시, 개선과 회원 확보에 주력했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일단 매출 목표는 30억원. 김 대표는 “지금껏 매출이 없었기에 다소 높게 목표를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년은 지난해부터 다져놓은 내실을 하나하나 세상에 드러내는 시기”라며 “여러 신사업과 새로운 콘텐츠들이 출시될 예정이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난 1년여간 여행노트에 건전한 여행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그 노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개인용·여행전문가용 플랫폼을 제공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노트의 세분화 작업에도 가속도를 낼 예정이다. 김 대표는 “현재의 여행노트는 집적화된 거대한 정보제공형 플랫폼”이라면서 “내년부터는 정보를 더 세분화해 사용자의 활용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더불어 여행 전문가도 100여명을 양성해 정보의 전문성과 사업성도 함께 꾀할 예정이다.
부족한 것은 역시 ‘자금’. 정확한 투자 시기나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금이 투자를 받을 적기로 김 대표는 판단했다. 그는 “벤처기업이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 있어도 제때 자금을 조달받지 못하면 늘 존폐의 기로에 놓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2~3곳에서 투자 제안을 받아 검토하고 있지만 사실 투자유치 여부는 아직까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글로벌화’다. 김 대표는 “우리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사람들의 지성을 모아 여행지의 사용자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으로 여행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적 유대감을 형성해나가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우리의 성과와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 도전해서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를 능가하는 여행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을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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