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담은 종목 보니…로빈후더보다 스마트한 동학개미

선호 상위 10개 종목 올해 수익률
로빈후더 21.44% vs 동학개미 53.1%
최근엔 모두 '모멘템 거래'…"주의 필요"
  • 등록 2020-08-27 오전 12:10:00

    수정 2020-08-27 오전 12:10:00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유입된 개인 투자자인 국내 동학개미와 미국 로빈후더의 ‘성적’이 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학 개미는 실적을 내는 대형 성장주에 집중해 수익을 낸 반면, 로빈후더는 단순히 낙폭이 큰 종목에 투자해 손해를 봤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최근 들어서는 동학개미와 로빈후더 모두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식의 모멘텀 투자를 하고 있어,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로빈후더, 테슬라 빼면 18.81%↓…동학개미, 53.1%↑

26일 로빈후더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로빈트랙에 따르면 이날 기준 로빈후드 회원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은 포드 모터스로 나타났다. 로빈후드는 미국 모바일 주식거래 앱이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이 앱을 사용해 주식거래에 나서면서 ‘로빈후더’로 불리고 있다.

미국 로빈후더는 포드에 이어 제너럴 일렉트릭,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메리칸 항공, 디즈니, 델타 항공, 테슬라, 카니발, 고프로 순으로 많이 투자했다. 로빈후드 가입자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 10개엔 애플 등 성장주도 있지만, 구경제(Old Economy) 업종인 경기민감주 비중도 높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이 연초 이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을 보면 성장주가 더 많았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전날까지 코스피에서 개인이 사들인 종목(상장지수펀드, 우선주 제외) 상위 10개 종목 중 1위는 삼성전자(005930)로 나타났다. 이어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한국전력(015760), SK(034730), NAVER(035420), 카카오(035720), 삼성SDI(006400), 신한지주(055550), SK바이오팜(326030) 순으로 집계됐다.

로빈후더와 동학개미가 선호한 종목 10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을 보면 동학개미 성적이 더 우수했다. 로빈후더가 많이 보유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21.44%다. 393.7% 오른 테슬라를 제외한 평균은 -18.81%로, 전체적인 성적이 좋다고 볼 수 없다. 동학 개미 순매수 10개 종목의 수익률 평균은 53.1%로 로빈후더의 두배 이상의 성과를 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웃라이어인 테슬라를 제외하곤 로빈후더의 수익은 낙제점인데, 실제 미국의 개인들은 옵션거래에도 몰두하는 등 ‘로또 플레이어’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며 “대형 성장주 위주로 안정적인 투자를 해온 국내 동학 개미와는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최근엔 둘 다 ‘오르는 종목’ 매수…모멘텀 장세 ‘끝물’”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동학개미와 로빈후더 모두 급등한 성장주로 몰리면서 모멘텀 거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로빈후더는 최근 들어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으로 대변되는 성장주로 옮겨가고 있는 등 투자전략을 바꾸고 있다. 실제 최근 30일간 로빈후더들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모더나, 코닥, 테슬라 등을 가장 많이 사들인 반면, 디즈니와 포드, 오로라 캐나비스, 아메리칸 항공, 유나이티드 항공 등을 팔아치우는 등 성장주에 집중했다.

동학개미도 전염병 확산으로 지수가 폭락했던 3월 즈음에는 펀더멘털이 우량한 대형주에 집중했지만, 최근 들어선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오르는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실제 코스피 연저점이 포함된 3~4월 구간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이 종목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인 반면, 2000선을 돌파한 뒤인 6~7월엔 SK와 SK바이오팜을 순매수 종목 1, 2위에 올렸다. 기업의 본질가치와는 무관한 관성에 따르는 투자로 현재는 ‘모멘텀 장세’란 평가다. 로빈후더가 FAANG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4월 개인투자자는 성장주가 아닌 확실한 우량주를 사서 수익을 거두었기 때문에 분명 스마트머니가 맞았다”며 “반면 6월 코스피가 이미 많이 회복한 이후 ‘나도 주식 좀 해볼까’하고 들어온 개인들은 이미 너무 비싸진 성장주를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유튜브 등으로 정보를 많이 알고는 있지만, 투자 기간이 적은 탓에 종목 분석 능력이 있다기 보다는 추종 매매를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미국 개인투자자들도 최근에서야 애플 등 성장주에 들어가고 있는데, 이 역시 모멘텀 장세의 일환이지 스마트 머니라고 볼 수는 없다”며 “한국이든 미국이든 마찬가지로 오르는 종목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멘텀 장세는 주가가 오를 때 상승률이 높은 만큼 내릴 땐 하락률도 크기 때문에 깊은 조정이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김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모멘텀 장세에는 매도 압력이 적은 상황에서 사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에 파는 사람 대비 매수가 많아 주가가 오르긴 한다”며 “이러다가 펀더멘털을 추구하는 이들이 매도를 시작하면 모멘텀 플레이를 하는 투자자들도 순식간에 팔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데, 현재는 모멘텀 장세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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