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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월가(街)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떨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든, 증세를 앞세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든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바로 ‘승자’가 명쾌하게 결론 나지 않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
23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외신에 따르면 월가가 바라는 최선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4년 더 머무르는 거다. 트럼프의 집권 초기 감세와 규제개혁은 기업들의 기를 살렸고, 이는 뉴욕 주식시장의 ‘활황’을 이끌었다는 점에서다. 물론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란 악재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흐름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현재 워싱턴 정가 및 뉴욕 월가에선 ‘증세’를 앞세운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럼에도 증시는 상승세다. 증세는 악재지만 바이든의 미국이 트럼프의 미국보다 예측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이를 만회하고 있어서다.
미 대형 자산운용사 컴벌랜드 어드바이저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인 데이비드 코톡은 “시장은 세금이 오르는 등 상황이 변하더라도 블루 웨이브(민주당 압승)를 견딜 수 있다”며 “시장은 혼란스러운 (트럼프) 행정부에 진저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화당의 조지 W(아들)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 때의 악몽이 재현되는 거다. 대선 승자가 대법원의 판결로 결정날때까지 미국 금융시장의 겪었던 혼란은 끔찍했다. RBC 캐피털마켓에 따르면 당시 6주간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무려 12%나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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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운용사 UBS의 미주 분야 책임자인 토마스 매클로플린은 “대선 결과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증시 변동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이번 주초 투자자들에게 보냈다”며 “이번 가을에 투자자들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것”이라고 했다.
GF 인베스트먼트의 미국 분야 최고 정책전략가인 그렉 발리에르는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가 보편적으로 허용되면, 위조와 조작 등 부정선거가 판치고 개표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미국 대선이 야기한 불확실성이 실물경제까지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인베스코 수석전략가인 크리스티나 후퍼 “긴 안목을 가진 투자자라면 대선의 불확실성에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분쟁이 뒤따르겠지만, 그것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