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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요즘 은행권에서 가장 바쁜 인사로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을 꼽을 만하다. 다름 아닌 글로벌 광폭 행보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해외사업 후발주자다. 2010년대 초반 다른 시중은행들이 20개 안팎의 해외 점포를 갖고 있을 때도 국내에만 집중했다. 미국 뉴욕에 첫 지점을 낸 게 2013년 8월이다. 2016년 말 들어서야 베트남과 미얀마,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유럽에는 아직도 사무소가 없다.
이 행장이 글로벌화에 매진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국내에만 머물러서는 살아남기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그런 이 행장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지역이 중국 베이징과 호주 시드니다. 영국계 컨설팅기관 지옌(Z/Yen)이 산정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보면, 두 도시는 각각 9위, 11위의 세계적인 금융 거점도시다. 서울(36위)보다 훨씬 높다. NH농협은행은 이미 한 발 늦은 감이 있다.
그런 만큼 이 행장은 농협금융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른 은행들의 해외사업 방식을 그대로 따르면 안 된다”며 “농업을 기반으로 한 금융에서 노하우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고 한다. NH농협은행은 이외에 중남미 등의 진출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H농협은행의 최근 행보는 해외 먹거리 발굴이 은행권의 생존 과제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이미 국내 점포는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대신 해외 점포는 계속 늘리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1189개였던 NH농협은행의 국내 영업점포는 지난해 말 1136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해외의 경우 2개에서 8개로 늘었다.
다른 은행들은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다. 신한은행은 10년 전인 2009년 말 국내 점포가 926개였다. 그 이후 2011년 말까지는 971개로 늘리더니, 그 이후에는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877개로 7년새 100개 가까이 감축했다. 같은 기간 국외 점포는 18개에서 27개로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뉴욕, 런던, 홍콩, 싱가포르, 도쿄, 베이징, 시드니 등 거점마다 지점을 내고 있다. 두바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도 점포가 있다. 일본 근무 경험이 18년 이상인 진옥동 행장은 누구보다 금융 선진국 공략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지방은행도 해외 진출은 ‘생존의 문제’
지방은행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역 거점은행’ 정체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해외 진출도 조금씩 모색하고 있다. 적극적인 곳이 BNK부산은행이다. 현재 해외 점포는 총 5곳. 중국 칭다오와 베트남 호치민에 지점을, 미양마 양곤과 인도 뭄바이,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BNK부산은행은 이번에 세 번째 지점으로 중국 난징지점 예비인가를 취득했고, 연내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을 북부와 남부로 나눠 영업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라고 한다.
또다른 지방은행의 인사는 “한국보다 성장률이 높지만 금융 침투율은 낮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이 확 늘 것”이라며 “전례없는 초저금리로 국내 이자이익이 감소하는데 따른 요인이 크다”고 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금융산업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든 한국 경제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나치게 내수 위주인 사업구조를 혁신하고 새 수익원을 찾아 해외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기업효율성 평가를 보면 지난해 금융 부문에서 한국은 33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