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는 韓美日안보체계 상징…파기는 韓안보 위협"

[인터뷰]②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국제·방위 분야 선임연구원
"美軍, 한국 제한적 인프라 탓에 유사시 日 통해 한반도 진입 염두"
"韓 지소미아 파기는 日 믿지 못한다는 것…韓 안보 위태로워질 것"
"北美대화 이후 핵무기 파괴력 약 50% 증가…北비핵화 점점 회의적"
  • 등록 2019-08-28 오전 5:00:00

    수정 2019-08-28 오전 7:07:42

사진=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 제공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한국의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파기 결정은 만에 하나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지원을 제때 못 받을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내 대표적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사진 위) 국제·방위 분야 선임연구원은 26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국은 지소미아 파기가 향후 자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남북 간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 본토에서 한국을 지원하러 가는 미군 대부분은 공항 등 한국의 제한된 인프라 탓에 일본의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가운데 양국이 안보상 신뢰가 없다고 하면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라며 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제한적인 군사공격을 포함해 한국을 향한 북한의 더 많은 도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결국 이번 결정으로 한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많은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이는 사실 김정은이 북한 내 엘리트층에게 공언했던 말”이라며 “미국도 이제 김정은이 미국에 했던 비핵화 공언보다 그가 북한 내 지도층에게 한 비핵화 불가 발언을 더 믿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은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포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전히 핵무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지난해 3월 미국 측에 비핵화를 제의한 후에도, 오히려 북한의 핵무기 파괴력은 약 50%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FP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이 연일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두고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지소미아는 민감한 대북(對北) 정보를 교환하는 데 유용한 수단을 넘어 한·미·일 삼각 안보 체계의 상징이었다. 한국은 지소미아 파기가 향후 자국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

-한국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말인가.

△당연하다. 만약 남북 간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을 지원하게 될 미군 대부분은 미 본토에서 출발하게 된다. 그러나 미군은 공항 등 한국의 제한된 인프라 탓에 유사시 일본의 시설에 의존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일본을 믿을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전쟁 중에 일본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지소미아 파기로 앞으로 북한은 한국을 향해 제한적인 군사공격을 포함한 더 많은 도발을 할 수 있다.

-핵을 제외한 군사 능력은 그래도 남한이 높지 않은가.

△한국군은 2022년까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병력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문제는 병력 감축이 북한의 핵무기 구축과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소미아 파기로 대변되는 현 상황은 북한의 공격적 행동을 억지하지 못하게 해 결국 한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북한이 가장 환영할 것이라는 의미인가.

△과거 김일성은 한·미 동맹을 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정은도 할아버지와 비슷한 것 같다. 동맹 약화는 주요 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목표와 이익을 추구하면서 이뤄진다. 나는 한·미 동맹은 이미 약화하고 있다고 본다. 지소미아 파기는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도 매우 행복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이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관여에 나서는 방법이 있지 않나.

△만약 미국이 개입에 나선다면 한·일 양국 모두를 불쾌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나에게 그 어떤 쉬운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중재가 왜 한·일 양국을 불쾌하게 만드나.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30일 일본 전범 기업들에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만약 미국이 한국 정부에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라고 한다면, 한국인들은 미국의 간섭에 크게 화를 낼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미국이 일본 전범 기업들에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불하라고 한다면 배상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 역시 똑같이 화를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소미아 종료에 따른 안보비용 증가를 문제 삼아 한국 측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이미 지소미아와 별도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언급해왔다. 대부분의 미국 국방 전문가들은 그런 행동에 반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AFP
-북·미 비핵화 협상은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까.


△많은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지금 김정일이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이는 사실 김정은이 북한 내 엘리트층에게 공언했던 말이기도 하다. 아마 우리도 이제 그가 미국에 했던 비핵화 약속보다 그의 엘리트층에게 했던 말을 더 믿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북한의 비핵화를 회의적으로 보는 것 같다.

△북한이 어느 정도 (비핵화를 위한) 건설적 조치를 한 것은 맞다. 하지만, 비핵화 프로세스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단계다. 북한은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포기하지 않았다. 핵시설에선 여전히 핵무기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김정은이 지난해 3월 미국 측에 비핵화를 제의한 후에도, 북한의 핵무기 파괴력은 약 50%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미국의 대표적인 동북아 군사문제전문가. 무려 120여 차례에 달하는 한국 방문 경험을 토대로 남북통일, 남북 군사균형, 북한 생화학 무기 위협에 대한 대응, 중국의 우발적인 한반도 개입 가능성 등 굵직굵직한 한반도 문제들을 연구해왔다. 미 국방부는 물론, 미 국방위협감소국, 주한·주일 미군, 미 태평양사령부·중부사령부, 한국군, 한국 국회 등과 함께 수많은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긴밀히 협업해왔다. 미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파디랜드정책대학원에서 정책분석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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