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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당국에서도 한국 경제를 우려하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해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은 글로벌 무역분쟁이 커지는 데다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 유로지역의 정치적 리스크까지 불확실성 요인이 잠재돼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경기가 둔화를 넘어 악화로 치달아도 통화당국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기준금리(1.75%)를 인하할 여력이 크지 않은데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한 탓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성장률 2% 추락 전망도
미국의 지난해 12월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최근 2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다. 대표적 경기선행지수인 ISM 제조업지수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자 시장에서는 이를 강한 경기둔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고용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측면에서 미국경제의 위기를 우려하기엔 성급하다는 평가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지난 10년간 확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경기순환적으로 꺾일 때가 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미국은 고용이 버티고 있어 선진국 가운데에서는 아직 체력이 남아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성장 동력이 급격히 추락하는 가운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기업부채 잠재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수치로 확인되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고조시켰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가 지난 14일 발표한 12월 무역지표는 전문가의 예상치(2.5%)를 하회하는 -4.4%였다. 미·중 무역갈등 해소 제스처를 위한 중국 정부의 개입이 최근 위안화 절상을 야기하면서 중국 수출 기업들에 직격탄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은 은행의 간접금융 의존도가 매우 높다. 주식담보대출을 많이 받은 상태인데, 중국 상장기업의 주가는 지난해 50% 가량 떨어진 상황”이라며 “은행은 대출 회수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돈을 푼다고 해서 은행을 통해 기업으로 흘러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중국의 돈맥경화 현상은 ‘투자 감소→가처분소득 하락→소비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시장금리는 이미 경기침체 반영…금리정책 영향력↓
투자·생산·소비·고용 지표가 하락추세에 접어들어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는 지난해 11월 뒤늦게 금융불균형(가계부채 문제 등)을 이유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한국은행의 ‘실기론’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하자 재차 부각되는 양상이다.
김진성 실장은 “문제는 국내 성장률 하락에 부응하는 정책이 나와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준금리를 지난해 말 한차례만 올려 미국과의 금리격차 등을 감안하면 추가 인하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미 경착륙 우려를 반영해 움직이고 있다. 10년물 금리는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이전인 지난해 10월30일 2.521%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를 낮추고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하지만 시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한 채권애널리스트는 “채권의 기대수익률은 국고채 10년물이 1.98%대로 기준금리(1.75%) 수준으로 낮은 상태”라며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실물경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기 힘든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