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본인이 아닌 누구 명의의 휴대전화기를 썼는지는 확인된 바 없지만,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회 변론에서 ‘박 대통령이 차명폰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대통령이 업무용폰외에 차명폰을 쓴 이유에 대해선 “우리 정치에 좀 아픈 부분인데 이전 정권부터 쭉 도·감청 논란이 있지 않았냐”고 증언했다.
타인 명의 폰(차명폰) 사용만으로 법 위반 아냐
사실, 박 대통령이 차명폰을 썼다는 행위 자체 만으로 법률 위반으로는 보기 어렵다.
현행 법인 전기통신사업법(제32조의4 제1항 제1호)에서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여기엔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해 주는조건으로’, ‘해당 자금의 회수에 이용’ 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차명폰을 개통해 타인 명의의 대포 통장을 파는 행위 등이 처벌 대상이란 의미다. 이럴 때 우리는 해당 차명폰을 통상 ‘대포폰’이라 부른다.
중국 휴대폰 실명제 도입됐지만…무용지물
2014년 1월 16일 저녁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김성칠 주중한국대사관 정보통신담당관(미래부 파견)은 “작년 10월 1일 이후 휴대폰 실명제가 도입됐지만, 아직도 대리점이나 유통망에서는 대포폰이 많다”면서 “시장 자판에서 심칩을 사서 꽂으면 그냥 개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인구는 14억 명. 이동전화 보급율은 68% 정도인데, 한꺼번에 통신회사들이 생기면서 본인확인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우위보 인민일보 뉴스포털업체 인민망 한국지사장(피플닷컴코리아 대표이사)은 “중국에서는 맘만 먹으면 한 사람이 100대, 200대의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다”면서 “악플은 물론 각종 범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휴대폰을 국가 체제유지에 위협요소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면서 “선플(좋은 인터넷 댓글) 운동을 이야기를 하니 구체적으로 관심을 보이면서 ‘특강 해 달라. 시간이 어떻게 되는가?’라고 물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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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명의의 휴대폰 개통을 막으려는 시도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 마자 법무부는 대포차, 대포통장, 그리고 대포폰(차명폰보다 좁은 개념)을 뿌리뽑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1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이동통신3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을 행정지도 해서 전국 통신 매장에서 이동통신을 개통하려면 반드시 ‘신분증 스캐너’라는 걸 이용토록 의무화했다.
일부 판매점에서 손님의 주민등록증을 복사한 종이를 함부로 관리해 개인정보 침해 사고를 내거나, 실제 가입자가 아닌 사람을 가개통시켜 유통수수료를 받아온 불법 행위, 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 개설을 막자는 좋은 의도였다.
하지만 신분증 스캐너는 운영 주체(KAIT) 측면에서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KAIT가 전국 유통망에 스캐너 보급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하도급법상 물품 강요 행위에 해당하며, 전체 이동전화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알뜰폰에선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실련, 진보넷 등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신분증 스캐너가 자칫 ‘휴대폰 실명제’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김보라미 고문 변호사는 “인터넷 실명제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실명화되는 것은 국민에게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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