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황교안 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미세먼지 대책을 최종 발표했으나 내용은 그렇고 그런 수준이다. 한마디로, 믿을 만하지 못하다. 노후 경유차량의 조기 폐차를 유도하고 노선 경유버스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대체하며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기한다는 내용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정도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10년 안에 런던이나 파리 등 유럽 주요 도시 수준으로 개선하기로 했다니,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당초 유력하게 논의되던 경유값 인상 및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방안이 백지화된 것은 이번 대책의 한계를 명백히 보여준다. 사실상 세금 인상이라는 여론에 떠밀려 정부가 두 손을 든 셈이다. 경유차가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인식 하에 경유가격을 올려 소비를 억제하려는 의도였지만 이러한 판단 근거가 올바른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동안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경유차를 장려했던 정책과도 어긋난다. 국민 설득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앞으로 에너지 가격을 조정하면서 경유값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을 남겨놓은 만큼 소비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과제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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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이번 대책이 졸속으로 마련됐다는 점이다. 해마다 주기적으로 황사가 내습하면서 미세먼지 피해 가능성이 제기돼 왔는데도 그동안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부처 간 논의과정에서 견해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고등어나 삼겹살을 구으면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이번에 갑자기 도마에 올라 호들갑을 떨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있다면 그때그때 시정해 나가는 게 옳다. 더욱이 미세먼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산먼지에 대한 대책도 빠져 버렸다. 반쪽 대책에 그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앞으로의 대처가 중요하다. 우리의 일상에서 가급적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위주로 체계를 갖춰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미세먼지 대책은 지금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도 이에 대해 확실한 방향을 정하고 평소 꾸준히 개선점을 마련해 나가는 태세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느냐 벗느냐 하는 여부가 앞으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