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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부의 전략가로 통하는 모 의원은 새누리당 총선 참패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20대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마무리되면서 유력 차기주자들이 대부분 몰락하는 당 차기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기 때문. 오죽하면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차출설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옥새파동으로 상징되는 공천갈등과 총선 참패로 힘을 잃었다. 김 전 대표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서울 종로에서 낙선하면서 앞길이 불투명해졌다. 다크호스로 분류되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보수의 텃밭 대구 수성갑에서 패배하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개혁적 보수의 상징으로 떠오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상대적으로 상처가 적었지만 복당문제의 해결은 물론 친박계의 비토를 넘어서야 한다.
새누리당의 이러한 상황은 4년 전 2012년 대선을 앞둔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박근혜’라는 확실한 차기주자를 앞세워 정권재창출을 다짐했던 것과는 상전벽해다. 이대로 가다가는 야권에 정권을 헌납하는 길만이 남아있다. ‘새누리당 15년 집권’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은 말그대로 허공에 사라지고 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반기문 총장을 향한 구애의 손짓도 이어지고 있다. 3선 고지에 오른 홍문표 새누리당 제1사무부총장은 “국제적 감각이라는 면으로 봐서는 아주 훌륭한 분”이라고 극찬했다. 전북에서 새누리당 깃발을 꽂은 정운천 당선인 역시 “반기문 총장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정체성에 맞는 분을 대선주자로 적극 모셔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이 차기 경쟁에서 밀릴 경우 반기문 총장의 몸값은 더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인지도 조사에 불과하다는 비아냥도 없지 않지만 반기문 총장은 여권의 그 어떤 유력 후보군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21일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 양자대결(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42.8%, 반기문 총장은 42.3%를 기록해 두 사람이 0.5%p 차의 초박빙 접전을 벌였다.
정치는 생물이다. 새누리당이 차기 대선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히든카드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반 총장의 침묵에도 그의 대권도전을 둘러싼 설왕설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이 97년과 2002년 대선에 연거푸 도전했던 이회창 전 총리의 길을 걸을까 아니면 지지율 고공행진을 벌이다가 중도사퇴했던 고건 전 총리의 길을 걸을까. 내년 초가 되면 반 총장의 침묵도 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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