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완수' 공채 출신 제약 CEO들의 화려한 용퇴

김원배 동아에스티 부회장 조순태 녹십자 부회장 등기이사 제외
김 부회장 43년간 R&D 주축..조 부회장, 녹십자 급성장 일등공신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재선임
  • 등록 2016-02-29 오전 7:00:00

    수정 2016-02-29 오전 7:0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사 장수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물러나면서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공채출신으로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CEO들이 주목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김원배 동아에스티 부회장과 조순태 녹십자 부회장은 오는 3월 임기를 마치고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 회사에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CEO 자리까지 오른 이후 연구개발(R&D), 해외 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고 화려하게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줬다.

김원배 동아에스티 부회장
동아에스티(170900)는 오는 1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수형 사장과 김학경 전무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키로 결정했다. 임기가 만료된 김원배(69) 부회장과 박찬일 사장은 재선임하지 않는다. 이중 박 사장은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의 등기이사로 소속을 옮기고 김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서울대 약대를 졸업한 김 부회장은 1974년 옛 동아제약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연구소장을 거쳐 2004년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2013년 동아제약이 분할한 이후 김 부회장은 전문의약품과 수출 사업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총 12년간 회사 경영을 맡았다.

그는 연구개발(R&D)을 총괄하면서 천연물신약 ‘스티렌’과 ‘모티리톤’, 토종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수퍼박테리아항생제 ‘시벡스트로’ 등 동아에스티가 배출한 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동아제약을 ‘박카스 제약사’에서 ‘신약개발 전문 기업’으로 체질 개선하는데 주축 역할을 담당했다. 과거 동아제약은 박카스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박카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김 부회장이 R&D를 이끌면서 동아에스티는 단계적으로 신약 성과를 냈고 국내업체 중 가장 많은 5개의 신약을 개발했다. 그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R&D 사업의 자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순태(62) 녹십자(006280)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다. 녹십자는 3월 21일 임기가 만료되는 사내이사 2명 중 조 부회장은 재선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중앙대 문과대를 졸업하고 1981년 녹십자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영업본부장을
조순태 녹십자 부회장
거쳐 200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으며 ‘영업사원 신화’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될 당시 녹십자의 연 매출은 600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설립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그가 회사를 이끄는 동안 녹십자는 지난 2014년 국내제약사 중 처음으로 수출 실적 2억 달러를 돌파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녹십자는 현재 혈액제제의 미국 시장 입성을 앞두며 글로벌 시장에 성큼 다가선 상태다.

조 부회장은 대표이사 부임 직후인 2010년 LG생명과학과 전문의약품을 비롯해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 모든 제품에 대한 마케팅·판매·유통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키로 하는 포괄적 업무 협약을 맺으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양사간의 협약은 결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경쟁 업체간에도 상생 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창업주 2세에서 3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조력자 역할도 톡톡히 했다. 지난 2009년 고 허영섭 회장이 별세한 직후 조 부회장은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이후 조 부회장이 회사 경영을 맡는 동안 고 허 회장의 차남인 허은철 사장은 경영수업을 마치고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전면에 나섰다. 조 부회장의 등기이사 제외로 허 사장이 3월부터 첫 단독 대표이사를 맡으며 ‘홀로서기’에 나설 전망이다.

박구서 JW홀딩스 부회장
이밖에 JW홀딩스의 박구서 부회장(61)은 지난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중앙대 신방과를 나온 박 부회장은 제약업계 홍보 담당 출신 첫 대표이사에 지난 1978년 중외제약에 입사한 이후 36년 동안 홍보 업무를 맡으며 회사의 대외 신인도 제고에 기여했다. 당초 오는 3월 등기이사 임기 만료가 예정됐지만 지난해 7월 창업주 3세인 이경하 회장 체제의 출범과 함께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편 현직 국내제약사 최장수 CEO인 이성우 삼진제약(005500) 사장(71)은 6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삼진제약은 오는 3월18일 주주총회를 열어 이 사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2018년까지 총 18년간 회사 안방살림을 맡게 된다.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왼쪽)과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이 사장은 지난 1974년 삼진제약에 입사한 이후 영업담당 전무, 영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2001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 사장은 특유의 ‘소통 경영’이 직원들로부터 인기다.

이 사장은 직원들과 아침식사를 하고, 영업사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와이셔츠 다려주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아버지 경영’으로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기 전 삼진제약은 연 매출 44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165억원 규모의 중견제약사로 성장했다.

이관순 한미약품(128940) 대표이사 사장(56)도 3연임을 예약하면서 장수 CEO 대열에 동참할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된 이관순 사장의 재선임을 의결한다. 이 사장이 재선임되면 한미약품 역사상 처음으로 3연임 CEO가 탄생하게 된다.

이 회장의 재선임은 이미 예견됐다. 이 사장은 한미약품의 작년 ‘신약 수출 대박’의 주역이다. 그는 1984년 한미약품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연구소장, R&D 본부 사장을 거쳐 2010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물질 대부분 이 사장이 연구 초기단계부터 수출 협상까지 주도했다. 이 사장은 등기이사 재선임과 함께 부회장 승진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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