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계집아이가 오줌을 찔끔 지릴 만큼 청청한 엄마가 있는가 하면, 사랑보다 일을 택한 딸을 향해 ‘아이 좋아’ 하며 반기는 엄마도 있다. 답삭 안아올린 엄마가 너무 가벼워 눈물방울 두두둑 떨구는 딸에게 “에미야, 울지 마라. 그 많던 걱정 근심 다 내려놔서 그러니라”고 위로하는 백발 성성한 늙은 엄마도 있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구부려 동물들의 길을 만들어주는 할머니부터 하늘에 매달린 사과를 손주에게 따주려 팔이 길게 늘어진 할머니까지.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어머니에는 여성과 모성을 탐구한 저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색연필의 수채화 같은 색감과 질감, 가느다란 연필선이 다정한 ‘모성’의 제스처를 잘 잡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