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더 큰 거짓말에 쉽게 속는다”는 아돌프 히틀러의 충고를 그대로 실천한 곳이 있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권 최대 뇌관이었던 ‘부실 저축은행 사태’, 그 주인공이었던 부산저축은행 이야기입니다.
부산저축은행의 분식회계는 금융회사답게 대출로 나간 돈을 속이는 식이었습니다. 빌려주고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처럼 처리하거나 불법으로 빌려준 돈을 정상적으로 나간 대출금으로 처리하는 식으로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입니다.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는 대출을 해 준 뒤 돌려받아야 하는 시점이 반년이 넘으면 ‘고정 이하 여신’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즉, 돈 떼일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고정(固定)됐다는 의미이지요. 이렇게 되면 대출로 나갈 돈의 절반을 뚝 떼어내 나중에 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계정, 즉 ‘대손충당금(貸損充當金)’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못 받을 돈인 만큼 당기순이익에서 제외해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은 120여개의 서류상회사(SPC)를 문어발식으로 세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4조 6000억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했던 혐의로 대중을 아연실색하게 했습니다. 저축은행법상 대주주나 경영진이 지배하는 SPC에는 대출을 할 수 없게끔 돼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대출을 한 것입니다. 이렇게 불법으로 나간 대출은 갚을 능력과는 상관없이 모두 ‘고정 이하 여신’으로 분류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모두 정상 대출로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금융자문수수료는 부산저축은행이 SPC로부터 이익금을 빼돌리는 수단으로도 이용됐습니다. 당시 이데일리가 입수한 ‘부산저축은행그룹 출자 SPC 임원 및 주주현황’ 자료를 보면, 부산저축은행이 SPC와 맺은 PF사업추진약정서에 ‘사업이익의 50~60%를 부산저축은행에 금융자문수수료, PF자문수수료 등으로 지급하도록’ 해놨습니다. 물론 이 이익금도 모두 가짜였지요. (→부산저축銀, PF자문수수료로 SPC 이익 수천억 빼돌려)
이렇게 당기순이익을 부풀린 돈이 2010년 12월 말 기준으로 1조 8893억원에 달합니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부산저축은행에 예금하고 후순위채에 투자한 사람들은 힘들게 모은 돈을 몽땅 날렸던 겁니다. 회계업계는 물론 금융당국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던 희대의 사기극. 거대한 분식회계로 연명한 저축은행이 어떻게 수년 동안 영업을 할 수 있었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