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바꾸자]쌀은 친환경인데 '식당은 교실·식수는 수돗물'

경기도내 전체 학교중 18.4% 음수대 없어
서울시 정수기 대신 아리수 음수대로 교체
  • 등록 2013-10-08 오전 7:40:00

    수정 2013-10-08 오전 7:51:51

[이데일리 김정민 박보희 기자]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교 급식을 먹고 자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유치원부터 시작하는 급식 생활은 초·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확대된다. 심지어 하루 세끼를 모두 학교에서 해결하는 학생도 많다. 기숙형 학교가 늘어난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의 관심이 주로 무상급식 확대와 같은 정치·이념적 이슈나 식자재 문제에 편중되면서 시설과 인력 등 급식 관련 인프라 투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이로 인해 일선 학교에서는 ‘친환경 쌀과 유기농 채소로 만든 밥과 반찬을 먼지 날리는 교실에서 먹고, 갈증은 수돗물로 달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밥·반찬은 친환경… 식수는 수돗물

서울에 있는 A초등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물통을 들고 다닌다. 정수기가 있긴 하지만 필터를 교체할 예산이 없어 이용을 중단한 때문이다. A학교 영양교사는 “간혹 물통을 잊고 온 학생이 친구들에게 물을 얻어 마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수는 학교 급식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식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 밖 대상이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급식을 전후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식수는 어떻게 조달하는 지’를 묻는 질문에 ‘학내 정수기를 이용한다’는 응답이 8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돗물을 식수로 제공한다’(8명), ‘학생이 각자 물통을 이용한다’(5명) 순이었다. 이밖에 보리차 등을 조리실에서 끓이거나(3명), 생수를 구매해 제공(1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나듯 상당수 학교가 정수기를 이용해 식수를 제공하고 있지만 관리가 쉽지 않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게 걸림돌이다. 정수기를 이용하는 학교들은 대부분 외부 전문업체에 관리를 위탁한다.

경기도의 경우 도내 학교 2285 곳 중 음수대가 없는 학교가 421곳(18.4%)이나 된다. 서울시는 정수기 대신 아예 수돗물 음수대로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수기는 수질 검사에서 2차례 부정합 판정을 받으면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며 “관리가 쉽지 않아 아리수 음수대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현재 서울시내 학교 아리수 음수대 보급율은 62.8%다.

반면 말 많고 탈 많았던 식재료 문제는 안정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식재료 품질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가 29%, ‘그렇다’가 58%에 달했다. 반면 ‘그저 그렇다’는 13%, 부정적인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급식 인력 한명이 학생 100명 식사 책임져

지난해 말 현재 학교당 평균 급식 학생 수는 582명. 영양교사·조리사·조리원 등 급식 인력은 학교당 6명꼴이다. 급식 인력 한 명이 100명 가까운 학생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마저도 학생 수가 수십명에 불과한 지방 소재 소규모 학교들로 인해 축소· 왜곡된 수치라는 게 일선 학교 급식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인력이 영양교사다. 자립형 사립고·외국어고·과학고 등 기숙사형 고등학교 영양교사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한 체력적 한계에 부딪쳐 휴직하거나 아예 사표를 내는 경우마저 있다.

김명애 대한영양사협회 정책국장은 “학생 수가 수십명인 소규모 학교와 1000명에 넘는 대형 학교에 배치되는 영양교사는 똑같이 한명”이라며 “세끼를 모두 제공하는 기숙사형 고등학교와 같이 급식 횟수가 많은 학교는 영양교사가 식단 짜기조차 버거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학교 식당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교실 배식을 병행하는 학교는 인력 부담이 더 커진다. 교실까지 밥과 반찬을 옮기고 이를 다시 일일이 학생들에게 나눠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전에 일했던 초등학교는 식당이 없어 4층 교실까지 급식을 옮겨야 했다”며 “배식 도우미로 채용된 분들이 있기는 했지만 나이가 연로한 탓에 근력이 달려서 고학년 학생들을 봉사 당번으로 지정하거나, 학부모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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