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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유병률 27.6%)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버스 승차 정원이 40여 명이라고 보면 한 버스에 12명은 정신병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이 타고 있는 셈이다. 또 6명 중 1명(15.6%)은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정부가 추산한 최근 1년간 자살시도자만 10만8000여 명에 달했다. 지방 중소도시 인구 규모에 달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최소 한 번 이상은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는 얘기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2011년 법원 공무원, 증권사 등 금융회사 직원들의 정신질환 실태는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말 녹색병원에 의뢰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증은 법원 공무원 3005명 중 61.6%가 가벼운 우울증 이상의 증세를 보였고 정신과 상담 대상인 중증 우울증 이상의 증세를 보인 직원도 무려 29.1%에 달했다. 10명 중 3명은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자살 충동은 ‘최근 1년간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법원 공무원은 4명 중 1명(23%)꼴이었고 금융회사 직원은 7명 중 1명(15.2%) 수준이었다.
이상원 법원공무원노동조합 국장은 “인력과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량이 많아져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우울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법원 공무원 사망자 7명 중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00년 이후 10여 년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환자 수도 꾸준히 늘었다.
정신질환자들이 사회 곳곳에 늘어나고 입원환자도 늘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 포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점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신병원 입원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이 때문인데 우리나라 정신병원의 입원기간은 무려 166일에 달한다. 프랑스(6일), 미국(7일), 독일(24.2일) 등 선진국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길었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가 곧바로 가정이나 사회로 복귀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병원과 사회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복지 시설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는 정신병원 밖을 벗어나게 되면 갈 곳이 없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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