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이 AI 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인공지능이 모든 분야에서 지금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AI가 공기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AI가 시장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던 2020년부터 다양한 분야의 AI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그간 LB인베스트먼트가 발굴해 투자한 AI 기업만 20여 곳에 달한다. 한 기업당 최소 50억원에서 기본 1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투입됐고 AI 스타트업에 대한 총 투자금은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섰다. AI 분야의 급속한 발전 가능성에 주목한 박 대표의 투자 안목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데일리는 오는 11월19일 ’AI머니게임: 한국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열리는 ‘제11회 글로벌 AI포럼(GAIF 2024)’에서 대담자로 나서는 박 대표를 미리 만나 AI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박 대표는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KITIA) 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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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연초부터 해외 곳곳을 누비며 투자업계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부터 일본, 중동 등을 방문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과 AI 스타트업을 만나 AI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세계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을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있다”며 “지금 우리가 인터넷을 공기처럼 여기며 사용하듯 AI도 그런 시대가 올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AI는 전 산업과 생활 영역에 보편화할 것이란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AI가 보편화하기 위해 인프라부터 파운데이션까지 모든 부분에 집중화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시장을 선도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중심으로 이미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AI 거품론 반대…성장 기업 찾는 것이 투자에서 이기는 게임”
박 대표는 “AI 거품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과잉투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이 ‘초입’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거품론을 이야기하기보다 ‘거대 신기술 초입 단계’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그게 투자에서 이기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거품론은 인터넷 산업 성장기에도 있었다. AI 역시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터넷은 지나가는 기술이다’라는 말이 1995년도의 화두였다. 신기술이 도입되면 거품론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나온다. 하지만 보편화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드 투자에서 A라운드 투자로 갈수록 투자를 받는 AI 기업의 비율은 감소한다. 검증돼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성장 기업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과거 인터넷 초기 시장에서도 있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과잉투자가 있을 수 있으나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고 결국 옥석은 가려진다는 의미다.
“韓 대기업 AI 시대 대비 못해…적극적 발굴과 투자 필요”
박 대표는 한국의 AI가 세계 시장에서 앞서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장이 AI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대기업이 AI 시대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많은 리소스와 인재를 가진 국내 대기업이 AI 담론에 대해 몰랐을 리 없다. 이에 대비하지 못한 결과는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가 국가경쟁력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전통 재벌 중심의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삼성도 50~60년 전에는 그 당시의 스타트업이었다. 시장을 이끌 새로운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내 AI 시장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경쟁력 있고 성장성을 갖춘 스타트업들을 발굴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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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구글, 아마존 등 대형 빅테크사들이 대규모 자본과 기술을 쏟아부으며 앞서 가고 있다. 한국 AI 산업은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박 대표는 ‘엣지’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것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박 대표는 “글로벌 AI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는 라이너는 미국의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AI 서비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렇게 엣지 있는 AI 스타트업이 한국에 정말 많다. 이런 시도들이 계속 성공한다면 한국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LB인베스트먼트는 △백엔드 AI 기술을 보유한 레블업 △온디바이스 AI 기업 노타 △의료 AI 기업 스탠다임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산업에 진입한 스타트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기술 개발부터 시장 진입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까지 지원하고 있다.
“생성 AI 시장에 주목해야…한국도 경쟁력 있다”
생성 AI(Generative AI)는 세계 시장의 가장 큰 화두다. 생성 AI는 주어진 데이터나 특정 규칙에 기반해 텍스트, 이미지, 소리, 코드, 동영상 등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한다. OpenAI의 GPT 시리즈, DALL·E, Stable Diffusion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 역시 생성 AI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생성 AI는 초기 단계인 만큼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의 폭은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로 크다”며 “생성 AI는 디지털 마케팅부터 의료 진단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생성을 새롭게 정의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벤처캐피탈의 역할은 이러한 AI 기술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밖으로 나가서 승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AI 산업 성장을 위해선 ‘로컬 시장’에만 머물러선 안된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AI 시대는 국경 없는 전쟁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에서만 살아남는 경쟁은 의미가 없다. 한국 스타트업 역시 처음부터 글로벌에 초점 맞춰야 의미 있는 포지셔닝이 가능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AI 산업에 필요한 인력 확충 역시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AI 산업은 곧 두뇌 전쟁”이라며 “한국은 AI 인력 풀에 대한 경쟁력이 확보돼 있지 않다. 심지어 지금 한국은 인력 유입보다 유출이 많은 상황”이라며 “학교부터 시작해 산업계까지 인력 확충을 위한 절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VC 업계 역시 도전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해 AI 분야에서 투자 성과를 거둬야 한다”며 “AI 거품론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