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러 에너지 금수 조치는 이견만 확인했다. 유럽 내 각 나라마다 에너지 수급 사정이 달라, 미국을 따라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맹주 격인 독일부터 원유 제재 반대에 기울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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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정상들 잇따라 회의했지만…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0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회의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의 공격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을 지원하며 동맹국의 안보를 방어하는데 있어 단합돼 있다”고 밝혔다.
나토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불가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에 4개 전투단을 배치하는데 합의했다. 또 화학, 생물학, 방사능, 핵 위협에 대한 준비 태세를 추가로 강화하기로 했다. 나토 정상들은 “오는 6월 스페인 마드리드 회의에서 추가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사이버 안보, 화학, 생물학, 방사능, 핵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한 부문에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정상들은 아울러 중국의 대러 지원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하는 걸 삼가야 한다”고 했다.
주요 선진국 모임인 G7의 정상들도 이날 만났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핵 무기 위협을 하지 말라”며 필요에 따라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G7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럽연합(EU) 정상회담까지 이날 열렸다. 서방 진영 정상들이 하루에 잇단 회담을 여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맞춰 러시아를 향한 서방 진영의 단합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화학 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를 G20에서 제외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그것은 G20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 에너지 단일대오 의견 분분
ABC뉴스에 따르면 마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제재 문제를 두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며 “정치인으로서 봤던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전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구입하는 건 우리가 전쟁 자금을 대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것이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유럽의 맹주 격인 독일이 반대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방 진영은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완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달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는 결국 하나도 들어주지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잇단 정상회의에 화상 연설을 하면서 “나토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며 “푸틴 대통령이 폴란드와 발트 3국 등 나토 동부 지역을 공격하기를 원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긴장 속에 서방 진영의 정상회의를 지켜보던 원유시장은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3% 하락한 배럴당 112.34달러에 마감했다. 만에 하나 유럽까지 금수 조치에 동참했다면 폭등은 불가피했는데, 예상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나토가 대러 원유 금수 조치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