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쟁에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던 홍 부총리는 1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소신을 재확인했다. 그는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한정된 재원 하에서 임금 변동이 없는 계층에도 똑같은 지원을 하는 것보다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하는 것이 경제 전체적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지급 대상을 두고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와 충돌했던 홍 부총리는 소신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협의 과정에서 선별지원 의견을 제시해 설득할 것이다. 그것이 재정당국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세균·홍남기 “위기때 재정의 적극적 역할엔 동의”
홍 부총리는 “재정이 필요할 때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지난해 59년 만의 4차례 추경 등을 통해 적극적 역할을 했다”면서도 “다만 우리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이것이 국가신용등급과 경제의 펀더멘털에 반영되는 만큼 재정 건전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정 총리와 일치한다. 정 총리는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19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며 “정부는 확장적 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고통에 비례해서 지원한다는 분명한 원칙을 앞에 두고 정책을 펴고 있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나라 살림을 아껴 쓰자는 살뜰한 마음을 존중하되 꼭 필요한 부문에 대한 적재적소 지원으로 현재의 위기를 헤쳐 나갈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 대해 지혜를 모을 때이다.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
정부의 이 같은 확고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홍 부총리 인터뷰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3차 재난지원금은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며 “민생실태와 코로나19 상황을 면밀히 살피며 신속하고 유연하게 추가지원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4일 KBS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경기진작 필요가 생기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이 대표의 공론화 이후 김종민·양향자 최고위원도 적극적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해온 이재명 지사는 지난 4일 홍 부총리와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전국민 재난지원금 편성을 재차 촉구했다. 그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내에서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근거로 재정여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월 선거를 노린 것인지, 제대로 된 재원 대책은 있는 것인지 너무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경호 의원도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으니까 선거용으로 매표 전략 차원에서 꺼낸다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계에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재난지원금의 매출증대 효과가 투입재원 대비 약 26.2~36.1%라고 평가했다. KDI는 “전국민 재난지원금만으로는 피해 업종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 소득지원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KDI 보고서를 통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더구나 올해 예산안이 아직 잉크도 마르는 않은 상태”라며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려는 여당의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재정전문가인 홍우형 한성대 교수는 ‘국가 재정에 여유가 있다’는 여당 인식에 고개를 저었다. 홍 교수는 “여권이 비교대상으로 드는 OECD 국가엔 미국, 일본, 유로존 등 기축통화국이 상당수 포함됐다”며 “소규모 개방형 국가인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들 국가들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가 있나”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