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전셋값, 추석 후에 또 오른다…집값도 우상향 전망”

추석 이후 주택시장, 전문가 전망
“이 전셋값이면 차라리 집사자” 매수심리 자극할 수도
“정부정책, 집값보단 전셋값 안정에 우위 둬야”
중저가단지 위주 집값 상승 관측
  • 등록 2020-10-05 오전 5:20:00

    수정 2020-10-05 오전 10:33:35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매물이 워낙 적다. 올해뿐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중저가단지 위주로 집값을 지탱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전세시장의 불안이 추석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9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서울은 66주, 수도권은 60주 연속 상승하는 등 전셋값이 이미 오를대로 올랐지만 상승세를 멈출 동력은 없고 계속 오를 이유는 넘친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에 자극받은 매매시장도 덩달아 강보합을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2025년 3기 신도시 공급까지 전세난 계속될라”

전셋값을 계속 끌어올릴 요인으로는 임대차3법 개정, 정부의 갭투자 규제, 아파트 임대사업자제도 폐지 등이 꼽힌다. 정부가 실거주에 방점을 둔 정책을 펴면서 전세 매물이 나올 통로들을 봉쇄하고, 전·월세 계약기간은 4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해줘 총체적인 매물 품귀 현상을 빚어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전세시장이 불안하던 차에 임대차3법까지 더해지면서 매물이 더 희귀해졌다”며 “적은 매물을 놓고 세입자들끼리 경쟁하면서 전셋값이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이 4년으로 늘고 코로나19로 집을 보여주지 못해 재계약이 많아져 매물 총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전세가격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는 건 세입자들에게 사실상 선택지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께부터 실제 공급이 이뤄질 3기 신도시의 청약대기 수요도 전세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이 내년, 내후년에 이뤄지는데 당첨돼도 입주까지 무주택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청약을 기대하든, 집값 하락을 기대하든 전세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전셋값은 대체 언제까지 오를까. ‘공급이 충분히 이뤄질 때까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내년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이 2만5000가구 수준으로 올해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라면서 “신축 아파트 전세 매물 급감에 따른 전세난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규정 소장은 더 나아가 “3기 신도시 입주 즈음까지 전세난이 풀리긴 쉽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전세대란의 책임론은 정부를 향하고 있다. 집값 잡는데만 골몰하다 전세시장에 불을 붙였단 지적이다. 고종완 원장은 “작년 8월 이후 수도권 집값이 본격적으로 올랐지만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며 “정부가 집값만 좇다가 전셋값 오르는 걸 막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장 전세 공급을 늘릴 수는 없겠지만 부동산정책의 목표를 이제 집값보다는 전셋값 안정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풍부한 부동자금과 저금리 현상을 고려할 때 부동산시장의 기대수익을 낮추기 위한 투기수요억제책을 병행하되 임대차시장의 가격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도심의 주택공급 확대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집값도 우상향 관측 많아…“강서·노원구 등 중저가지역 오를 듯”

매매시장도 전세시장과 마찬가지로 매물난 속 우상향하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상승세가 멈췄다”고 한 데 반해, 전문가 사이에선 상승폭만 줄어들 뿐 추세적으로 계속 오를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윤지해 연구원은 “6~7월에 나온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3040세대가 ‘영끌’해서 소화하고 이제 물건이 부족하다”며 “물건은 적은데 매수자와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이 맞아 집값은 강보합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말과 내년에 실물경기가 안 좋아지겠지만 부동산가격은 안 떨어질 것”이라며 “가격 조정을 투자 적기라고 보는 이들이 물량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함영진 랩장도 “단기거래자 및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추가 세율 중과와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이 예정된 내년에 일부 나올 수 있으나 연내엔 매물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매규제 등으로 신축 매물이 줄고 부동산 대체 투자처가 없어 집값은 강보합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김규정 소장은 “KB국민은행 통계에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0억원을 넘었다”며 “상승폭이 상당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더 오르기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강력 규제에 연말까진 큰 변동없이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상승은 중저가주택이 많은 곳 위주로 이어질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전셋값이 이렇게 비싸면 차라리 집을 사자’는 매수심리가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현재 50% 수준인 전세가율이 70~80%선까지 과하게 오르면 주택 구매를 택할 여지가 있다”며 “중저가지역의 경우 전세시장이 불안하면 언제든지 매매로 돌아설 수 있는 가변 수요라 보면 된다”고 했다. 함영진 랩장은 “전반적인 지역 양극화 속에 서울은 강서구 및 노원구, 경기도는 김포, 화성, 부천 그리고 지방은 세종시, 대전, 울산광역시 위주로 가격선방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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