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앞서 비트코인(Bitcoin)을 설명할 때 언급했던 채굴(mining) 개념을 다시 떠올려 보겠습니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돈을 송금하거나 물건값을 결제하는 등 거래내역을 기재하는 은행 통장 같은 것이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비트코인이 담겨져 있는 전자지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때마다 그 내용을 암호화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에 참여하는) 모두가 공유하는 공공 장부에 거래내역을 적는 사람에게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게 바로 채굴이라고도 했습니다. 즉,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주체가 따로 있지 않을 뿐더러 이후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도 필요하지 않은 게 바로 비트코인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일단 경제 원론으로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화폐(돈)라고 하면 이는 하나의 회계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소유하고 무엇을 가졌고 누구에게 무엇을 빚졌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니 말입니다. 다만 서로간의 거래와 지급결제 수단이다보니 이 돈과 거래가 진짜라는 걸 공인해주는, 그래서 이 거대한 회계시스템을 지탱해줄 신뢰성 있는 제3의 발행주체가 필요합니다. 최근 수 백년동안 정부가 이 돈을 발행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해왔구요. 다만 중앙에 이같은 존재들을 두다 보니 예기치 않던 문제도 생겨났습니다. 전통적 금융시스템 하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풀린 돈의 양(=통화량)을 조절함으로써 화폐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살리겠다며 무지막지하게 돈을 풀었고 이는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습니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처음 등장한 시점이 리먼 브러더스 파산 몇 주 뒤 였는다는 건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긴 어려운데요, 금융위기로 기존 금융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 그 대안으로서의 암호화폐 등장을 앞당겼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장부를 해킹하려면 거래정보를 나눠 가지고 있는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컴퓨터)를 해킹해야 하는데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는 참여자가 과반수 이상이면 해킹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난 2014년 서버가 뚫려 수백만명에 이르는 고객 데이터를 유출했고 해커들에게 1억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수익을 안겨준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과 같은 사건이 재발할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거죠. 이것이 바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에 대해 가지는 우월적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