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①운임 덤핑나선 국내외 해운선사..韓해운산업 '위축'

해운시장 비정상영업 확대 우려
현대상선 퇴출 땐 韓신뢰도 타격
  • 등록 2016-03-11 오전 6:00:00

    수정 2016-03-11 오후 8:58:45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머스크, CMA-CGM 등 해외 대형 해운사들이 덤핑경쟁에 나서며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117930), 현대상선(011200) 등 국내 선사들도 운임가격을 낮추며 저가 공세에 맞서고 있다.

1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의 30여개 업체가 해운서비스 경쟁을 펼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최근 들어 파격적인 가격의 영업이 목격되고 있다. 한때 1TEU당 600~700달러 수준의 운임이 형성되기도 했던 동남아 항로의 경우 최근 일부 항로에서 국내 선사들이 50~100달러에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비정상적인 운임을 감수하며 벼랑끝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지난 몇 년간 몰아닥친 해운 경기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하는 부분이다. 특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에 대한 압박으로 감원과 함께 스스로 회사를 박차고 나간 직원이 적지 않다. 영업인력의 감소로 화주를 직접 찾아다니며 영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낮은 운임을 제시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물량을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상선은 수익성 강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해외 대형사들의 덤핑이 심각한 만큼 원하는 운임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글로벌 해운시장 자체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탓이다.

자칫 현대상선이 시장에서 퇴출되면 더 큰 화를 부를 소지가 있다. 외국선사들과 화주들 입장에서 한국 2위 해운사의 침몰은 대한민국 해운 전체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날리는 사건이다. 결국 한국 선사 모두가 영업에 지장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1960년대 말 컨테이너 개념이 자리 잡기 전 한진이 컨테이너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미국, 유럽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지금 이같은 대형 해운사를 만들려면 초기 자금이 300억달러(약 36조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물동량이 현저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해운사들이 한국 부산항을 들르는 이유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존재 때문이다. 국내 대표 해운사가 무너지고 나면 앞으로 국내 기업들은 수출 물량을 일본이나 중국으로 따로 가져가서 배에 실어야 한다. 운송료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한국 해운산업은 지난 2014년 매출 346억달러, 영업이익 1억달러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345억달러가 조선, 항만, 기자재, 금융, 보험 등 연관 업계로 풀려나갔다는 뜻이다. 국내 선사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70%라는 점을 감안하면 30%에 해당하는 약 100억달러는 내수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셈이다.

김 부회장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중 누구 하나라도 잘못되면 한국 해운 전체가 무너진다”며 “정책당국의 회사채 만기 연장과 출자전환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현대상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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