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더 멀고 희귀한 곳에 가지 않아도 좋았다. 나는 그 순간 아프리카 안에 있었으니까. 어쩌면 내 생애 다시 오지 않을”(케이프타운에서 조경란).
마치 독자가 직접 경험한 것 같이 읽히는 글이 있다. 매우 사적인 기억의 한 장면처럼 세밀하게 묘사했거나 읽는 이의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어서다. 책은 한은형, 조경란, 이신조, 박후기, 백영옥, 황희연, 김경주, 심윤경, 김민정, 함정임까지 소설가·시인·칼럼니스트 등 국내 작가 10명이 세계 다양한 지역을 방문하고 남긴 기록이다. 차갑거나 뜨겁거나, 내밀하게 포착한 이국의 순간을 담았다.
시작은 소설가 한은형의 홋카이도 기행.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침엽수에 둘러싸인 여름의 홋카이도를 그린다. 소설가 조경란은 여행의 추억을 중첩하며 혼란한 감정을 글로 옮긴다. 리투아니아로 떠난 시인 김경주는 모국어와 시의 관계를 고민하고, 소설가 백영옥은 인파로 가득 찬 일본 교토의 거리에서 베트남의 호찌민을 회상한다. 영화 칼럼니스트 황희연은 샤워도 하기 어려운 네팔의 오두막과 7성급 호텔 풀 빌라를 오가며 숙소 체험기를 쓴다.
이들의 기록은 정답을 찾는 천편일률적 여행기가 아니다. 때론 소설처럼 허구적이면서도 현실보다 어둡다. 낯선 풍경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토해낸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