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성 증가로 맞벌이 부부가 늘고 있지만, 가사와 육아부담은 여성 몫이라는 인식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은 통계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10명당 5.1명이 ‘가정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3.9명만에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한 남성보다 1.2명 더 많았다.
배우자가 있는 1182만5000가구 중 맞벌이는 518만6000가구(43.9%)였다. 부부 10쌍 중 4쌍 이상이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집안인은 대개 여성의 몫이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13분인데 반해 맞벌이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41분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11시간을 근무한다고 가정(사람인 설문조사 결과)했을 때 맞벌이 여성은 하루 14시간 이상을 직장과 가정에서 ‘노동’을 하는 셈이다.
특이한 건 아내만 취업한 여성 외벌이 가구도 아내는 하루 평균 2시간39분이나 가사노동을 하는 데 반해 가정주부인 남편은 1시간39분만 하고 있었다. 아내는 회사에서 일한 뒤 퇴근해서도 직장이 없는 남편보다도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에 자녀가 생기면 여성의 부담은 더 늘어난다. 자연히 직장 승진 순위에서는 뒤로 밀리고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다반사다.
실제 15~54세 기혼여성 중 임신과 육아, 자녀교육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 비율은 2012년 20.3%에서 2013년 20.1%로 줄었다가 작년에 다시 20.7%로 늘었다.
7년간의 직장생활 후 전업주부가 된 김민선(가명)씨는 “있는 힘을 다해 직장에서 버텼는데 인사고과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고 나니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회의감이 몰려왔다”며 “월급에서 아이 돌보미에게 주는 비용을 빼면 몇십만원밖에 안남는데 이렇게 스트레스 받고 살 바엔 그만두는게 낫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세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오수경(가명)씨도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니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아 자존감이 점점 낮아진다”며 “남편이 좀 더 육아와 집안일에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기본적으로 본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둘째는 꿈도 안꾼다”고 말했다.
☞ [육아전쟁]밑빠진 독에 물붓는 저출산대책…해법은 '아빠육아'
☞ [육아전쟁]‘육아빠’ 정우열 원장 "아빠육아의 최대 수혜자는 아빠"
☞ [육아전쟁]아이 더 낳으라는 정부, 육아예산은 삭감
☞ [육아전쟁]아빠 기자, 육아휴직을 하다
☞ [육아전쟁]공무원 3년, 민간은 1년…육아휴직도 '부익부 빈익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