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 싫은 공기업]'임원 vs 평직원'..한전 직원 A씨의 셈법

현직 유지땐 연봉 1억 5년 더 근무해
이사 승진땐 2년간 3억 받고 퇴사
  • 등록 2015-11-18 오전 6:00:04

    수정 2015-11-18 오전 10:16:41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 ‘임원으로 회사를 2년 다니면서 연봉을 더 받을까, 아니면 돈은 좀 덜 벌더라도 5년 이상 회사에 다닐까’

한국전력(015760)에 다니는 A씨는 직원 최고 직급인 ‘1급 갑’이 된 지 3년차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임원 승진을 위한 역량평가시험 대상자로 분류된 뒤, 고민이 부쩍 늘었다. 임원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평직원으로 남는 것이 득(得)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A씨가 다니는 한전의 경우 기관장을 뺀 상임이사 6명의 1년치 평균 급여는 1억1138만원. 1년 전(1억547만원)보다는 591만원 올랐다지만, 그리 많은 액수가 아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경영평가 성과급으로 3723만원을 더 챙겨 연봉이 1억4000만원대로 올라섰지만, 성과급 특성상 매년 보장되는 금액도 아니다. 현재 A씨가 받는 연봉은 1억원대. 생각해보면 별 차이가 나지도 않는 돈이다.

임원이 되면 조금 더 많은 연봉에 비서를 붙여주고 관용 차량을 준다지만, 구미가 당길 만큼 좋은 조건이 아니다. 돈도 돈이지만, 임기를 마치면 퇴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물론 좋은 성과를 내서 계속 승진하면 좋지만, 계약 만료와 함께 회사를 떠난 선배들을 숱하게 봤던 터라 추가 승진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결국 임원이 돼 2년간 3억원 가량의 급여를 받고 회사를 떠나느냐, 아니면 1억원대 연봉을 받으면서 60세 정년을 채우느냐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던 A씨는 ‘후자’를 택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56세부터는 임금이 깎인다 해도 정년만 보장된다면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아직 학생인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래가 불투명한 임원에 오르기보다는,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이 낫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는 A씨만의 ‘셈법’이 아니다. 임원 승진 대상이 된 50대 초중반 다른 직원 생각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A씨는 “솔직히 공기업에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임원, 사장으로 쭉쭉 성장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1년도 안 돼 생각을 접었다”면서 “현실적으로 임원보다는 정년이 보장된 직원을 택하는 것이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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