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정치인]"노인·나환자 소외계층 지원에 앞장서겠다"

'DJ 주치의'를 넘어 중진 정치인으로 성장한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인터뷰
의정활동 12년간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 전력…한센인 지원과 법제화 앞장서
편 가르기 없는 소문난 마당발…DJ '선당후사' 정신 기억하면 내홍 돌파구 보일 것
  • 등록 2015-09-18 오전 6:00:00

    수정 2015-09-18 오전 9:04:40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정계 입문 계기를 묻자 198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치과의사 출신에 2004년 17대 총선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란 타이틀로 첫 배지를 단 3선 의원이란 이력을 떠올리자 다소 뜻밖으로 다가왔다. 단순 DJ 주치의가 아니라 DJ를 따르던 DJ와 함께 했던 이제는 중진 정치인으로 성장한 김춘진(62·전북 고창·부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야기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16일 국회 위원장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사진 김정욱 기자
2004년 정균환 의원 꺾고 여의도 입성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기도 한 김 의원은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DJ가 1980년대에 미국 망명 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1985년) 대학 친구인 강대인 박사가 나를 소개해줘 치료를 맡게 됐다”며 기억을 더듬었다. 대화의 시간은 대통령 직선제 쟁취 이후 13대 대선이 세상을 뜨겁게 달궜던 1987년 말 서울 보라매공원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NBC 아시아총국장이 (취재 차)서울에 왔을 때 내 자동차와 강 박사가 내준 자동차에 NBC 스티커를 붙이고 카메라를 태워 (DJ의)보라매공원 유세를 중계했다”며 “구로구청 사건(대선 부정투표함 사건)도 현장에 들어가서 전 세계에 알렸다”고 떠올렸다.

김 위원장이 DJ의 선거를 도울 당시 맡았던 보직은 ‘언론홍보’였다. 1987년과 1992년 대선에서 DJ가 텔레비전에 출연하거나 선거용 포스터를 찍을 때 어떻게 미디어에 노출돼야 하는지 조언을 했다. 당시 KBS ‘무엇이든 물어 보세요’ ‘건강하게 삽시다’ 등 교양 프로그램에 치과의사 자격으로 단골 출연했던 경험을 십분 발휘한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은 정치 입문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정치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원래 신소재 개발에 관심이 많았고 당시 대학에서 일주일에 4시간 강의를 했다”며 “그런 쪽에 관심이 있었는데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회고했다.

2004년 김 위원장은 DJ가 만든 민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에 입당, 고향인 전북 고창·부안에서 민주당 원내총무(현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정균환 의원을 꺾고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정계 진출을 결심한 1996년과 2000년 총선 공천에서 연이어 탈락한 후 절치부심한 끝에 거둔 승리였다.

저출산고령화법, 한센인지원법 기억에 남아

김 위원장은 지난 12년간의 의정활동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으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저출산고령화법)과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법(한센인지원법)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공부할 당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국회에 들어가면 고령사회 정책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는 “2004년 국회에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꼭 들어가 대한민국 고령사회 정책의 기틀을 만들겠다고 생각할 만큼 간절했다”며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금 제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제정된 한센인지원법은 그의 정치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소명의식이 현실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한센인지원법은 소록도병원에 격리된 한센인(나환자) 피해사건을 진상규명하고 국가가 의료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민(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한센인들이 마을에 많이 돌아다녔다. 그러면 아이들이 ‘용총백이’라고 놀리며 돌멩이를 던지고 괴롭히곤 했다”며 “대학 시절과 치과의사 시절 의료봉사를 통해 맺어진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대 국회가 종료될 때까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법안을 묻자 한센인지원법 개정안이라고 답했다. 그는 “현재 한센인 피해자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만 생활지원금이 지원되고 있다”며 “소득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피해자로 결정된 한센인 모두에게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정욱 기자


원만한 대인관계 장점…당 내홍에 ‘선당후사’ 강조

김 위원장은 당내 계파를 불문하고 다양한 그룹과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의미로는 든든한 지원세력이 없다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지론은 유력주자에게 줄서기 하는 ‘계파정치’에서 자유로워야만 우리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여야를 불문하고 친한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묻자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을 일일이 거론했다. 그중에서도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을 손꼽았다.

그는 1996년 김 전 의장이 국회에 입성할 당시 후원회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을 언급하며 “그때 인 의원과 처음 알게 돼 지금은 상임위에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며 “생각이 굉장히 합리적이고,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김 전 의장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의장이 자동차를 중고차로 바꾸려는 것을 후원회 운영위원회의에 부쳐 의견을 듣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김 전 의장의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풍모가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당이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갈등으로 큰 내홍에 빠진 것을 놓고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한다. 그는 “요즘 당이 혼란스러운 것을 지켜보면서 김 전 대통령 생각이 간절하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선당후사’와 ‘실천하는 양심’을 늘 강조하셨다”며 “당 지도부와 당원 모두가 DJ정신을 되새긴다면 우리 당의 돌파구는 반드시 보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지역구인 고창·부안은 20대 총선에서 통폐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지역구 인구비례를 3대 1에서 2대 1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고창·부안의 인구(11만6750명)가 하한선(15만명)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구 등가성뿐 아니라 지역 대표성과 영토 비례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만큼 수도권 인구가 집중됐는데 헌재 결정대로 되면 국토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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