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새벽 다섯시 반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혹여나 아기가 깰까 도둑고양이처럼 방을 빠져 나온다.
잠이 덜 깬 채로 출근준비를 하다 보면 아침 6시. 시어머니가 집에 오신다. 나 대신 아기를 봐주기 위해 매일 아침 6시까지 출근하시는 어머님껜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출근버스에 올라 정신없이 졸다보면 어느새 회사 앞이다. 아침 7시부터 업무가 시작된다. 종일 쏟아지는 외신을 검색하고 기사를 작성하면 순식간에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말로만 듣던 제2의 출근시간이다.
밀리는 통근버스 안에서 인터넷으로 장을 본다. 아참, 기저귀도 떨어졌었지. 그와중에 최저가 기저귀를 찾아 주문한다. 그나마 스마트폰으로 장을 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도 스마트폰 화면을 봤더니 눈알이 빠질 것 같지만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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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피로는 새벽에도 이어진다. 한 번 잠들면 아침까지 숙면을 취하던 나였는데..요즘 내게 숙면은 꿈같은 일이다. 새벽에 두세번 깨서 칭얼대는 아이를 다독이다보니 이젠 아이가 안 깨도 깊이 잠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밤새 뒤척이다 보면 새벽 다섯시 반. 또 하루가 시작된다.
워킹맘이 된 지 이제 넉 달 반, 참 이상하다. 눈썹 휘날리게 뛰어다니는데 쉴 시간이 없다. 회사 일이 끝나면 집안일이 기다리고, 집안일이 끝나면 또 기사를 쓴다. 밀린 공부도 하고 싶고 푸석푸석한 피부에 전문가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데 엄두조차 못낸다.
무엇보다 이해가 안되는 건 누구보다 바쁘고 열심히 사는데 항상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거다.
이 미안함은 가끔 울분으로 변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쉼이 없으니 어느 한 곳에서 마찰이 생기면 바로 터지는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육아에서 벗어나 내 일을 가질 수 있고, 아이를 돌봐주는 부모님이 계시며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는 아이까지 무엇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게 없는데도 억울한 마음은 쉽게 감사로 변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가 돼야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그나마 여유로운 금요일 오후 시간, 마음 속으로 또다시 즐거운 주말 육아를 다짐해본다. 분주함과 미안함, 감사함과 울분 그 사이 어디쯤 워킹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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