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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직원 50만명의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함에 따라 미국 내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근로자 임금 인상 및 교육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월마트와 자회사인 회원제 소매업체인 샘스클럽 정규직 및 시간제 근로자 50만명의 임금이 인상되며, 올해 시간당 평균 최저 9달러를 시작으로 오는 2016년에는 최저 10달러부터 임금이 책정된다.
더그 맥밀론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오늘의 계산원이 내일의 매니저가 된다. 내일의 매니저는 아마도 지금 내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에 우리들 상당수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싶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실업률은 지난달 5.7%를 기록, 1년 전 6.6%보다 크게 낮아졌으나 임금 상승률은 빠른 고용시장 회복 속도에 크게 못미쳤다. 생산직 및 비관리직 근로자들의 임금은 1년 전에 비해 2% 가량 오르는 데 그쳤고 이같은 더딘 임금 인상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내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내로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마트의 임금 인상은 이미 견조한 상태의 고용시장에 대한 신호”라면서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에 대한 새로운 바닥을 형성하고 다른 기업들이 근로자 확보를 위해 임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경쟁사인 2위 업체 타깃도 이에 동참할 태세다. 몰리 스나이더 타깃 대변인은 “우리도 모든 매장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을 연방 최저임금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디포 등 다른 유통업체들도 직원 이직 등을 감안할 경우 두고 보고만 있을 순 없는 상황이다.
조셉 라보나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통업체 다수가 이미 월마트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상황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최대 단일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리처드 트럼카 회장은 “이번 조치는 그동안 월마트의 최저임금 모델에 대해 주목해온 데 따른 대응이다. 긍정적이긴 하지만 아직 충분하진 않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 최저임금 기준은 지난 2009년 이후 시간당 7.25달러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올초 캘리포니아와 코네티컷, 매사추세츠주를 비롯한 7개 주에서 시간당 최저 9달러로 임금을 인상하는 법안이 발효됐으며 워싱턴주는 시간당 9.47달러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다. 현재 미네소타와 뉴욕주는 올 연말부터 시간당 9달러로 책정할 계획이며 2018년까지 최소 6개주가 최저 10달러 이상으로 올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