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서울이나 부산과 같이 대도시에 위치한 학교는 10곳 중 3곳이 식당이 아닌 교실에서 급식을 제공한다. 특히 교실 배식 비율이 높은 지역은 학교 급식 식중독 사고 발생 빈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다. 교실이라는 공간 특성상 위생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급식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안전한 학교 급식을 위해서는 시설 투자를 확대해야 하지만 오히려 매년 배정되는 예산은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7일 서울·경기·인천교육청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배정한 ‘학교 급식 환경개선사업’ 예산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 예산이 최근 5년간 연평균 5.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올해 삭감 규모가 크다. 서울시 예산은 전년에 비해 60.2%나 깎였다. 인천시와 경기지역 역시 올해 예산이 각각 39%, 26.1% 줄었다. 학교 급식 환경개선사업은 ▲신규 학교 조리기구 구입 ▲노후조리 기구 교체 및 확충 ▲노후 급식시설 개·보수 ▲급식실 및 학생식당 신·증축 등으로 나뉜다.
서울시의 경우 ‘노후 조리기구 교체 및 확충’ 지원을 받는 학교가 지난해 462곳에서 올해 164곳으로, ‘노후 급식시설 개·보수’ 지원 대상도 150곳에서 120곳으로 줄었다. 급식 환경 개선사업의 핵심인 ‘급식실 및 학생식당 신·증축’ 지원 대상도 96곳에서 32곳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 사업은 한 건당 투입 예산이 평균 8억원 선으로 시설 개선사업 중 단위당 투입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2010년, 잇따라 발생한 대규모 식중독 사고에 놀란 교육부가 학교 급식의 민간 위탁을 최소화하도록 지시하면서 학생 식당 등 급식시설 수요는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게다가 학교 급식이 전면 확대된지 10년이 넘어가면서 기존 시설이 노후화돼 계속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러나 누리과정(3~5세 대상 공통의 보육·교육 과정)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교육 정책에 밀려 급식 시설 개선작업에 투입할 예산을 짜내기가 쉽지 않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급식 환경 개선을 위해선 연간 1000억원 가량이 수년간 꾸준히 투입돼야 하지만 실제로 배정되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배옥병 (사)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는 “10년 전 학교 급식을 전면적으로 확대할 당시 급식시설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비했다”며 “급식 질 개선을 위해 정부가 체계적으로 급식시설 개선 작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학교급식 바꾸자]"예산탓 그만"…급식만족도 높이려면☞ [학교급식 바꾸자]쌀은 친환경인데 '식당은 교실·식수는 수돗물'☞ [학교급식 바꾸자]“셀프김밥을 아십니까?” 조리원 김씨의 하루☞ [학교급식 바꾸자]학교급식 하루 670만명..그러나 학교엔 식당이 없다☞ [학교급식 바꾸자]'삭감 또 삭감' 급식시설투자는 뒷걸음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