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재정 누수 막기 위해…특사경법 이번엔 국회 통과해야”①

■만났습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사무장병원 난립 점점 교묘해지며 적발 쉽지 않아
건보재정 누수 악영향…발본색원 위해 제도 도입必
  • 등록 2024-10-30 오전 5:00:01

    수정 2024-10-30 오전 8:07:09

[이데일리 이지현 안치영 기자] “국민건강보험 누수를 막기 위해선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법이 꼭 통과돼야 합니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재정 건전화를 위해 꼭 필요한 2가지로 특사경 도입과 비급여 관리를 꼽았다.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아 국민이 적절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의사들 반대해도 국민 위해 꼭 필요한 일”

현행법은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 개설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사라 하더라도 의사 한 명은 하나의 의료기관 개설만 가능하다. 이미 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의사를 ‘바지사장’으로 고용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은 불법의료기관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개설돼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환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환자=돈’으로 인식하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병실 안에 환자 침대를 빼곡히 채워 넣고, 서류상 가짜 환자까지 만들어 멀쩡한 사람을 입원환자로 둔갑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해 법으로 엄격히 금지해왔다.

하지만 사무장병원은 난립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10년간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사례는 1447곳이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100곳 이상씩 적발되던 것이 수법이 좀 더 교묘해지는 등의 이유로 적발건수는 100건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정기석 이사장은 “사무장병원 신고자에게 2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사람도 면허를 대여해 준 의사도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의사면허 자격 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도 내려진다. 공단은 사무장병원이 운영되었던 기간 중 10년간 지급했던 요양급여 진료비(공단부담금+자기부담금)를 환수한다.

하지만 여기에 급여비 전액을 환수할 수 없다는 허점이 있다. 의료기관 일상 운영비 등을 고려해 지급된 급여비 일부는 ‘정상’으로 간주해 그 부분을 감면한 후 징수해야 한다. 또 공단이 관여하지 않는 ‘비(非)급여’ 진료비는 환수 대상이 아니다. 이런 점을 노려 ‘비급여’가 많은 영역의 진료를 위주로 하는 불법의료기관이 적지 않다.

문제가 발생해, 폐업 또는 잠적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의 수사권이 없어 행정조사로 불법개설을 추정할 수 있지만, 실제 경찰 수사와 행정처분까지 소요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지난 10년간 환수결정금액은 2조 6543억원이나 되지만 실제 환수액은 1956억원에 그치고 있다. 환수율이 8%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건보재정 누수로 이어진다.

이를 틀어막기 위해 정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국회를 찾았다. 그리고 의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특사경 제도 설득에 나섰지만, 일부 반대 의견에 회기 만료로 법안은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20대 국회에선 법사위 문턱조차 밟지 못했던 안건이 법사위서 다뤄진 것만으로도 작은 성과였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정 이사장은 “국회에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회에서 이 제도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다. 의료단체들은 의료인의 기본권 제한은 물론 공단에 사찰권까지 부여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침탈행위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자정 운동을 통해 근절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정 이사장은 “의사협회에서 찾아와 기회를 달라며 자율 자정에 맡겨달라고 했지만, 의협의 적발건수는 0건”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자정노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정 이사장의 강한 드라이브에 법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그를 향한 의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건 오기도 아니고 의료계에 부정이 있어서도 아니다. 사회 정의에 관한 문제”라며 “건보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건강보험 재정 비급여 관리 핵심

비급여 관리도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급여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료 서비스, 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거나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서비스다. 문제는 물리치료인지 마사지인지 모를 정도의 행위들이 비급여라는 이름으로 행해져 의료비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비급여 본인부담액은 2013년 17조 7129억원에서 거의 매년 증가해 2021년 30조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32조 3213억원까지 늘었다. 정 이사장은 “단순 건강관리 목적인지, 치료 목적인지 애매한 것들을 하나씩 발견해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단은 올해 처음으로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 보고제도를 실시했고 95%(7만 2815개소 중 6만 9200개소 참여)라는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공단은 자료 축적을 통해 전체 비급여를 파악해 유사한 것은 묶어서 코드화하고 원가도 분석할 계획이다. 신규 비급여도 꾸준히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정 이사장이 생각하는 의료비용 지출 방식은 엄격한 프로세스를 통해 걸러진 비급여, 즉 국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급여는 실손보험에서 보장해 주는 형태다. 정 이사장은 “실손보험은 필요하며 공보험이 발달한 영국에서도 사보험에 가입한 국민이 많다”며 “다만 국내 사보험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업계는 꼭 필요한 비급여에 대해서 보상을 하되 비급여가 무분별하게 확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선 앞으로 공공에서 정리하면 민간보험이 의심하지 않고 실손보험업을 영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정 이사장은 “국민 중 4000만명이 이미 사보험을 들고 있다”며 “당장 구조 개선은 어렵지만 이러한 역할 정립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비급여 관리와 경상의료비 증가세 억제, 이는 모두 건강보험 재정과 연결돼 있다”며 “이러한 재정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기석 이사장은

△1958년 대구 △서울의대 졸업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 △한림대학교성심병원장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의료원장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 △중앙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특별대응단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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