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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기업들이 유상증자 공시건수 축소를 견인했다. 올해 코스닥 기업들의 유상증자 공시건수는 154건으로 전년 동기(192건) 대비 19.8% 줄었다.
상장사들이 올 들어 유상증자를 멀리하는 것은 매크로(거시경제) 악화로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한 탓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전망이 확산하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정책 시행으로 사업 확장에 대한 유인이 줄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3.2%로 조정하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주가 하락으로 당초 기대치보다 조달 규모가 축소되거나 청약 미달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유상증자를 기피하는 이유다. 증시 불황으로 주가가 부진하면 유상증자 발행가격도 하락해 자금 조달 규모가 줄어들고, 유상증자 청약이 미달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쉽다. 실제 지난 2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던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의 유상증자 청약률은 27%를 기록해 30%에도 못 미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외에 유통주식수 확대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가치 희석에 대한 지적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다.
전문가들 역시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긴축 정책이 가속화할수록 유상증자 창구를 통한 자금 조달에 대한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봤다. 이에 일부 상장사들은 상대적으로 발행 여건이 비교적 우호적인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대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불황인 시점에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를 한다고 해도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상증자가 어려운 기업들은 소유권을 가져야 하는 주식과 달리,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방식인 돈을 빌리는 개념의 영구채(채권) 발행으로 자금 조달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