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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이라는 형식인 이상 법의 체계성과 정합성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법이란 준수가 강제되는 규범으로 수범자가 합법과 불법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만들어져야 하며, 법령 간 모순이나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
또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범위를 벗어나 행정부가 하위 법령을 제정해선 안 된다. 이런 관점에서 데이터법 하위 규정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이에 따른 시행령안에서는 1)개인정보를 추가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이 당초 수집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을 것, 2)개인정보를 수집한 정황과 처리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추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 가능할 것, 3)개인정보의 추가적 이용이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할 것, 4)가명 처리를 하여도 추가적 이용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가명 처리하여 이용할 것이라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법체계적으로 법률상 ‘합리적 관련성’을 구체화하는데 ‘상당한 관련성’이라는 더 불분명한 기준이 만들어진 점, 법률에는 정보주체의 이익만을 고려하는데 시행령에서는 제 3자의 이익까지 고려하도록 하여 위임범위를 벗어난 점, 암호화 등의 안전성 확보조치에 관한 구체적 내용 없이 가명처리만을 규정하여 다른 안전성 확보조치에 대한 기준이 없는 점이 문제이다.
더 큰 문제는 법률에서는 여러 기준을 ‘고려’하도록 했는데 시행령에서는 ‘충족’하도록 하여 데이터 활용을 위한 입법자의 의사를 행정부가 임의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개정법의 모범이 된 유럽의 GDPR은 합리적 관련성을 연계성(linkability)으로 구체화하고 있고 요건들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셋째, 가명정보는 비식별화된 정보이기 때문에 법률상 개인정보의 파기의무 등 여러 의무의 적용을 면제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 가명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되거나 가명정보 보유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가명정보를 지체 없이 파기하도록 함으로써 위임범위를 벗어나 있다.
사실 개정 데이터법은 2년 이상의 긴 과정을 거쳐 어렵게 만들어진 법으로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이 단계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향후 법을 시행하면서 보다 개선된 개정안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다만, 하위 법령에 데이터 보호에 관한 우려를 담는 경우에도 당초 법 개정의 취지를 고려하고 최소한의 법체계성과 정합성을 지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