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낭만 찾아 떠나는 유럽 기차 여행

  • 등록 2013-03-12 오전 8:15:55

    수정 2013-03-12 오전 8:15:55

[이데일리 이승형 부장] 좋은 로맨틱 영화 한편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누구나 한 두번쯤은 그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 이끌려 여행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특히 유럽의 도시와 시골 풍경이 전해주는 낭만의 기운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입니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가 그러했고, 아일랜드에서 사랑을 찾아가는 영화 ‘프로포즈 데이’도 그랬습니다. 기차에서 만난 남녀의 하루를 그린 영화 ‘비포 선라이즈’도 빼놓을 수 없지요.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가 상영된 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유럽을 찾았다네요. 영화 속편에선 파리가 배경이었는데, 세번째 영화 ‘비포 미드나잇’에서는 아름다운 지중해 마을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난답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연출을 맡았던 우디 앨런이 ‘투 로마 위드 러브’로 로마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영화를 찍었다는 소식도 들리네요.

만일 낭만을 찾아가는 유럽 여행이라면 기차를 권하고 싶군요. 비행기 여행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 그러니까 차창 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또 기차역은 언제나 도시 중앙에 있어 그 도시를 구석구석 구경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알프스 산간 지역을 지나는 스위스 기차. 레일유럽 제공
과거와는 다른 유럽 기차여행

예전에 유럽 기차 여행을 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유레일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고 싶지 않는 나라까지도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바뀌었다. 지금은 70여개의 기차 여행 상품이 구성돼 있어 다양한 여행 일정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우선 기존 유레일 패스처럼 유럽 대부분(24개국)의 나라에서 사용이 가능한 ‘유레일 글로벌 패스’가 있다. 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접국 3~5개국을 선택해서 패스를 구성할 수 있는 ‘유레일 셀렉트 패스’가 있다. 2개의 나라만 알차게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유레일 지역 패스’도 구입할 수 있다. 가령 프랑스-스페인, 그리스-이탈리아, 노르웨이-스웨덴 등 국경을 접한 나라들을 여행하는 패스다. 물론 한 나라만 깊이 있게 여행하는 ‘국철 패스’도 있다.

이밖에 비엔나-프라하-부다페스트 등 중앙 유럽 도시를 삼각형태로 여행하기 위한 ‘투어 패스’도 마련돼 있다.‘동유럽 패스’, ‘스칸디나비아 패스’, ‘발칸 패스’ 등 특정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패스도 있다.

자신에게 맞은 패스를 선택하려면 레일유럽 홈페이지(www.raileurope.co.kr)에서 가고 싶은 나라의 수와 기차를 이용할 일수, 총 여행기간과 자신의 나이를 입력해보자. 다양한 가격대의 패스를 자동으로 추천된다.
유레일 패스. 레일유럽 제공


어린이와 청소년, 노인에게는 할인 혜택이 있다. 만 4~11세(2001년 생일이 지나지 않은 어린이)의 경우 일반 성인 요금의 50%다. 4세 미만은 별도의 좌석·침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무료다. 만 12~25세(1987년 생일이 지나지 않은 청소년)는 최대 50% 할인 혜택을 받는다. 만 60세 이상(1953년 생일이 지난 여행자)은 일부 패스와 구간 티켓에서 특별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호주 다음으로 유레일 패스 판매 세계 3위 국가다. 기차 사랑이 남다른 한국 여행자들이 최근 가장 많이 애용하는 패스는 ‘셀렉트 패스’. 가장 인기있는 여행국은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등이다.

김남림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홍보실장은 유럽 기차 여행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선 편안하죠. 공항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줄을 서고, 검색을 받고,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어요. 비용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요. 패스를 사면 현지 관광지나 교통수단의 무료 입장 혹은 할인 혜택이 있어요. 야간열차를 이용하면 호텔비도 아낄 수 있지요. 물론 가장 큰 장점은 차창 밖으로 펼쳐진 유럽을 보며 여행한다는 것이죠.”
초고속 열차 떼제베가 프랑스 남부 마을을 지나고 있다. 레일유럽 제공
유럽 기차 여행 일정, 어떻게 꾸려볼까

유럽의 철도 연결망은 총 22만km에 이른다. 시간과 비용이 넉넉해서 모두 돌아본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늘 어렵기 마련이다. 자신의 취향이나 예산에 맞는 일정을 꾸릴 수 밖에 없다.

우선 런던과 파리, 브리타뉴, 아키텐, 바스크 지역 등 유럽 서부지역을 따라가는 일정으로 구성해 볼 수 있다. 최고의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여정이기도 하다.

또 지중해 문화와 유적지, 요리를 경험할 수 있는 일정도 가능하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프랑스 지중해 연안,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노르웨이 피오르드, 스웨덴 스톡홀름, 핀란드 헬싱키로 이어지는 스칸디나비아 여행도 인기가 높다.

이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건 런던, 파리, 브뤼셀, 암스텔담, 쾰른, 라인강을 지나 스위스와, 론 알프스, 부르고뉴로 이어지는 6개국 일정이다. 대도시와 작은 마을, 전원 풍경과 웅장한 산봉우리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이밖에 베를린, 바르샤바, 프라하, 비엔나, 브라티슬라바, 부다페스트, 부쿠레슈티, 소피아, 벨그라드, 자그레브 등 동유럽 수도를 여행하는 일정으로 꾸려볼 수 있다.
독일 초고속 열차 이체에. 레일유럽 제공
유럽에는 여러 나라의 초고속 열차가 있다. 도버해협 해저 터널을 통해 영국과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유로스타(Eurostar), 프랑스를 대표하는 떼제베(TGV), 독일의 이체에(ICE), 핀란드의 알레그로(Allegro), 스페인의 아베(AVE), 이탈리아의 프레치아로싸(Frecciarossa)등이다. 초고속 열차는 빠른 속도로 시간을 절약하는 장점도 있지만 고급 서비스와 기내식, 라운지가 마련돼 있어 안락하다. 초고속 열차의 경우 패스가 있다 하더라도, 별도의 예약 좌석을 반드시 해야 한다. 패스를 갖고 있는 여행자의 경우 일반 요금보다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알뜰한 유럽 기차 여행 하려면

유럽 기차 여행을 고려한다면 연초에 유럽 기차 상품 최대 배급사인 레일유럽이나 여행사 사이트를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각종 할인 이벤트나 프로모션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레일 글로벌 패스, 프랑스와 스위스, 독일 패스 등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4개 패스가 할인 혹은 무료 여행일 추가 등의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또 프랑스-이탈리아를 운행하는 초고속 열차 떼제베와 유로스타, 탈리스(Thalys)도 최저 가격 프로모션 중이다. 할인 이벤트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야간열차도 이번 할인 이벤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런던 패스’도 10% 할인중이다. 이번 이벤트 상품들은 오는 6월에서 최대 9월까지 이용 가능한 조건이다.

열차 예약을 서두르는 것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초고속 열차는 이용하고자 하는 날짜를 기준으로 90일 이전에 미리 예약할 수 있다. 예약 가능한 초반에 열차 티켓을 조회할 경우 최저가 요금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시기가 있다. 이 때 예약하면 2등석 가격보다 적은 요금으로 1등석을 탈 수 있다.
초고속 열차 탈리스와 승무원. 레일유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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