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8% 성장률 목표 과장 아냐…정치적 안정은 韓기업에 기회”

[만났습니다]①고상구 세계한인회총연합회 회장
"아세안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목표 초과 달성"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 높아져 대비 필요"
부패 척결 전면에…"더 성장할 기회될 것"
  • 등록 2024-12-05 오전 5:35:00

    수정 2024-12-05 오전 5:35: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고상구 K&K글로벌 트레이딩 회장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한상’(韓商)이자 지난 10월 취임한 사단법인 세계한인회총연합회(세한총연) 2대 회장으로서 재외동포사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2002년 베트남으로 넘어가 2006년 설립한 K-마트는 베트남 곳곳에 150여곳을 개점하면서 베트남의 유통 문화를 선도했다.

베트남은 경제성장률이 비교적 높은 편인 아세안 지역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지난 4월 5.1%에서 6.1%로 대폭 상향했다. 최근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내년 8%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고상구 세계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고 회장은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트럼프 정부라는 변수가 있지만 베트남이 8% 성장하겠다고 하는 자신감은 과장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안정기를 맞았다”며 “당 서기장이 부패 척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개혁 움직임은 외국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적기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 회장과의 일문일답

-팜민찐 베트남 총리가 경제성장률 8%를 제시했는데.

△베트남의 8% 성장 전망은 과장된 게 아니다. 베트남 경제성장속도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높고 경제성장 예상치를 이미 웃돌고 있다. (IMF 뿐만 아니라 세계은행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을 5.5%에서 6.1%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홍콩상하이은행도 6.5%에서 7.0%로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적용이다. 실제 적용된다면 베트남이 대(對)미국 4대 흑자국이라는 점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약 900억 달러(126조원)로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크다.

-미국이 대중 압박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는) 트럼프가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정책이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대중 압박이 심해지면서 베트남으로 많이 몰려왔다. 우회 수출로 확보를 위해서다. 트럼프 정책에 따라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이 우회 수출도 제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준비는 베트남도 필요하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베트남에서 경영활동을 하는 한국 기업인으로서 베트남의 정치는 어떤가.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안정세다. 권력을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8월 또 럼 서기장이 선출되고 국가주석 후임으로 르엉끄엉 주석이 10월 선임됐다. 베트남은 공산당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 등 권력 서열 1~4위의 최고 지도부가 권력을 나눈다. 권력 서열 1~2위가 올 하반기에 정해지면서 권한이 막강하다.)

서기장이 부패 척결 카드를 내걸고 아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외국 기업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다. 베트남은 부패 지수가 꽤 높은 국가였는데 부패 개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호재로 봐야 한다. 당장 잘 나가던 기업이 위축될 수 있겠지만 베트남이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이런 과정은 필요하다.

고상구 세계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베트남 유통 역사를 바꾼 장본인인데 베트남 시장을 평가한다면.

△베트남은 한류가 뜨는 시장이다. 한국의 작은 기업들도 생존하기 좋은 조건이다. 우선 17만명이나 되는 한국 교민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 제가 베트남에 처음 왔을 때 교민이 700명이었다. 현지인 상대로만 사업을 하다보니 힘들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실력만 있다면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서 자리잡기 수월하다. 이걸 바탕으로 로컬라이징(현지화)을 하면 된다.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교육열도 높아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각 대학에 한국 관련된 학과가 많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인력도 많다.

-K&K글로벌 트레이딩에도 베트남 직원이 많을 것 같다.

△2000여명의 베트남 직원이 있다.(K&K글로벌 트레이딩은 한국인 직원이 60여명에 불과하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뜨는 국가가 많이 있지만 베트남 만큼 높은 수준의 인력이 있지는 않다. 운영 중인 3개사 중 베트남 현지인 사장을 2명 임명했을 정도로 신뢰가 높다.

-K&K글로벌 트레이딩의 미래 비전이 있다면.

△지금은 K-마켓이라는 유통 회사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기업간거래(B2B) 비중이 높다. 한국 식품을 수입해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 납품하고 있다. B2B 비중이 60% 정도 되고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비중이 40% 정도 된다. 자체브랜드(PB) 제품을 개발해서 베트남에 유통하고 베트남에서 유명한 제품을 한국에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내년 3월에는 호찌민에 하노이 물류센터(2㏊)의 2배 정도 큰 물류센터를 완공하려고 한다. 하노이와 호찌민은 거리가 멀어 사실상 다른 시장으로 봐야 한다. 호찌민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고상구 세계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이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한국은 중국을 거쳐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미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중국은 과거 한국을 속국이라고 생각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베트남은 한국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고 외세와 싸워왔다는 점에서 우리 역사와 유사한 점이 있다. 한국의 눈부신 성장을 보고 베트남도 그걸 배우려고 하고 있다. 적어도 20~30년은 우리 기업이 베트남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우리 기업이 베트남에서 더 성장하려면 노동력만 이용한다는 생각에서 머물지 말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 기술을 이전해주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베트남에 선도적인 문화를 내리는 기업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

고 회장은…

△1958년 대구 출생 △제10~11대 재베트남 하노이 한인회 회장 △제2대 장보고한상수상자협의회 회장 △제2대 재베트남 한인회 총연합회 회장 △제18차 세계한상대회 대회장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아시아태평양지역회의 부의장(現) △제2대 세계한인회총연합회 회장(現) △K&K트레이딩 회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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