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기관지염이나 폐렴 자주 앓는 아이, 재발성호흡기감염 의심

이선행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교수
  • 등록 2024-09-09 오전 7:11:45

    수정 2024-09-09 오전 7:11:45

[이선행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교수] 진료현장에서 아이가 감기에 자주 걸린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한다. 또래보다 감기가 잦은 경우 ‘재발성 호흡기 감염’을 가진다고 보는데, 만 2세까지는 연간 8회 이상, 2-6세는 연간 6회 이상, 6세 이상은 연간 4회 이상 감기에 걸릴 때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또한 연령에 관계없이 연간 3회 이상의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앓는 경우도 재발성 호흡기 감염 진단을 내릴 수 있다.

5세 아동이 1년에 4번 감기를 앓는다고 감기가 자주 걸린다고 보는 부모도 있는데 아이의 연령을 고려하면 감기가 잦은 아이가 아니다. 재발성 호흡기 감염은 생후 6개월부터 6세 사이에
이선행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교수
흔하며 1-3세에서 가장 많다. 날씨가 급변하는 겨울과 봄에 주로 발생하는데, 발생할 때마다 증상에 맞춰 관리하거나 세균 감염에 효과적인 항균제를 처방받아서 복용하면 되지만 중증의 경우 성장과 발달,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재발성 호흡기 감염을 앓는 아이를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치료한다. 첫째는 선천적으로 약한 아이인데 어머니가 임신 시 질병을 앓았거나 쌍둥이나 조산아의 경우 골격이 약하고 근육이 물러 감염에 대한 신체의 저항력이 떨어진다. 이 경우 골격을 튼튼하게 하는 육미지황탕, 신기환 등의 처방을 사용하며 핵심 약재로 녹용을 많이 쓴다.

둘째는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아이인데 아기일 때 수유량이 부족했거나 평소 식욕이 없거나 식사가 불규칙한 경우 기운이 없고 오장육부의 영양이 부족하여 감염에 취약하게 된다. 이 경우 소화 기능을 개선하는 보중익기탕, 양위탕 등의 처방을 사용하며 핵심 약재로 인삼을 많이 쓴다.

셋째는 피부가 약한 아이인데 바깥 활동이 적어 햇빛 노출이 부족하거나 땀을 내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 경우 피부가 조밀하지 못해 추위를 많이 타고 감염이 쉽게 일어나며 증상이 빠르게 악화된다. 이 경우 피부 기능을 조절하는 옥병풍산, 계지탕 등의 처방을 사용하며 핵심 약재로 황기를 많이 쓴다. 인체의 특정한 혈자리에 약재를 부착하면 겨울에 양기가 부족해져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는 백개자, 현호색, 세신, 감수, 강즙으로 구성된 소천고(消喘膏)를 폐수, 심수, 격수에 부착하는 삼복첩을 매 해 여름에 시행하고 있는데, 재발성 호흡기 감염이 있는 아이는 여름에 미리 시술받는 것이 좋다.

재발성 호흡기 감염의 예방을 위해서는 예방접종, 식단관리, 환경위생, 야외활동 등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첫째로 국가에서 권고하는 영유아 예방접종을 때맞춰 받는 것이 필요하다. 12종의 필수 예방접종 중 절반가량이 심각한 호흡기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는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오장육부와 신체를 튼튼하게 하여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대추, 찹쌀, 마, 연근 등의 음식을 꾸준히 먹이면 폐를 건강하고 따뜻하게 할 수 있다.

셋째는 주기적인 실내 환기와 손씻기로 감염을 방지한다. 감염의 유행을 막기 위해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팔꿈치나 어깨를 향해서 하도록 지도한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야외활동으로 햇빛을 충분히 쬐어 피부를 단련한다. 날씨에 맞는 복장을 착용하며 등과 뒷목까지의 보온에 신경 쓰면 호흡기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단, 유행병이 돌 때 특히 겨울에는 공공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호흡기 감염이 생기면 충분히 쉬게 하고 수분 섭취를 늘리되, 차가운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고열이 나거나 아이가 힘들어 하면 해열진통제를 복용시키며, 땀이 많이 나면 즉시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힌다. 코가 막히면 가습기를 아이 가까이 두거나 식염수 스프레이를 써서 비강 분비를 보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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