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마포구에서 10년 넘게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이모씨는 호프집 대형 스크린에 파리올림픽이 아닌 프로야구 경기를 틀어놨다. 이전 올림픽 시즌엔 경기 방송을 틀어주냐는 손님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올해는 그런 문의가 전혀 없을 정도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 들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올림픽 시즌이라 기대했는데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단골 손님들이라도 오라고 야구 중계를 틀었다”고 말했다.
‘2024 파리 올림픽’이 7월 24일 개막했지만 자영업자들은 과거와 같은 ‘올림픽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축구 등 인기 구기 종목에 탈락하며 흥행요소가 떨어지기도 했고, 파리와 시차 탓에 경기 시간이 주로 새벽 대인 영향이다. 함께 경기를 보기보다 각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1인 중심 미디어 소비 행태로 변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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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데일리가 다녀온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올림픽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과거에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올림픽 상영’ 등이 적힌 패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제 대형 스크린 또는 TV를 갖추고 있는 호프집 2곳 중 1곳은 올림픽 경기가 아닌 프로야구 경기나 뮤직비디오, 음악 프로그램 등을 틀어놓은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예전에는 주류회사에서 길에서부터 광고 패널을 걸어놔 분위기가 났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축구·야구 등 인기 종목의 실종이 이번 올림픽 특수를 사라지게 한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축구를 비롯해 농구·배구 등 인기 구기 종목에서 무더기 예선 탈락했다. 야구 역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서울 강남구에서 한 선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주변 사장들이랑 같이 이번 올림픽 특수 실종의 가장 큰 원흉은 황선홍 감독이라고 농담하기도 한다”며 “확실히 축구나 야구가 사라지니 인기도 뚝 떨어지고 나조차도 관심을 안 가지게 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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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이모(38)씨는 “휴가철 손님이 줄어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올림픽이 그래도 희망이었는데 아쉽다”며 “개업할 때부터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큰 스크린을 구비해 둔 건데 헛 돈만 썼다”고 울상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미디어 이용 행태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모여서 TV로 경기를 보기보다 혼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자영업자들 경우 매출이 소폭 상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배달 전문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평소보다 30~40% 매출이 많다”며 “어제 양궁 결승전이 있기 전에 배달이 밀려 곤란 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가족끼리 모여 오순도순 TV를 볼 때와 달리 지금은 혼자 OTT나 유튜브에서 원하는 영상을 보는 게 일반적”이라며 “구기종목 탈락의 영향도 있겠지만 미디어 이용 행태 변화가 이번 올림픽 특수 실종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