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이날 새벽 2시 각각 ‘공동보도문’을 통해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했고, 남측은 군사분계선 일대의 모든 확성기 방송을 25일 낮 12시부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공동보도문 제3항에 언급된 확성기 중단 방침에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이라는 단서를 붙여 사실상 ‘재발방지’ 약속을 얻어내는 효과를 봤다. 남북 고위급 접촉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그것(재발방지약속)이 ‘비정상적인 사태’와 다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합의는 북한이 위기를 조성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한 데 대해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협상한 것에 대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및 서부전선 포격 도발에 대한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이 없다면 확성기 방송 중단도 없다고 밝혔다. 협상 결과에 사과·재발방지 약속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회담 결렬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흐지부지 넘어갈 경우 또다시 불거질 것이 뻔한 ‘도발-협상-보상-도발’이란 북한의 악순환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는 승부수가 제대로 통한 셈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4일 0시55분까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진행됐다. 우리 측에서는 김관진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서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각각 참석했다. 중간에 한차례 정회한 시간을 제외하고도 43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