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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가락동 자택에서 만난 김영관(91) 전 광복군동지회 회장은 임시정부의 성과와 광복군 등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웠던 이들의 독립운동을 조명하지 않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임시정부가 탄생한 배경인 1919년 3.1운동이 일어난 해를 모르는 이들이 51%에 달하고 광복한 해가 1945년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29%라는 것은 그만큼 역사를 교훈으로 삼고 있지 못한 증거”라고 했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한국갤럽이 지난 2월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후손들이 임시정부와 광복군의 성과에 대해 많이 모르고 있다”며 “광복군이 일본군과 직접적으로 전투를 벌이지는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뒷받침한 군사조직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일본군 강제 징병을 피하기 위해 징병연기가 가능한 교사의 길을 택했지만, 경성사범학교(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한 지 5개월만인 1944년 9월 징병통지서를 받았다.
김 지사를 태운 징병열차는 평양을 떠나 중국 저장성 둥양(東陽)으로 향했다. 둥양은 당시 중일전쟁의 최전선이었다. 징병열차를 타기 전부터 일본을 위해 총을 들 생각이 없던 김 지사는 한국인 동료들과 탈출할 계획을 짰고, ‘일본군 장교가 되라’는 설득을 받아들이는 척하며 일본군 간부들을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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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일찍 패망하면서 국내침투작전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어요. 김구 주석도 ‘수년 간 애를 써서 준비한 것이 다 허사가 됐다’고 애통해했습니다.”
김 지사는 “우리 민족이 전쟁을 통해 직접적인 승리를 쟁취하지 못했지만 광복군이 아무런 투쟁 없이 가만히 있었던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복절 70주년을 맞는 김 지사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일부 보수 인사들이 이승만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삼아 ‘건국절’로 기념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어서다. 그는 “그날을 건국일로 삼으면 우리 민족이 해온 독립운동과 5000여년 역사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김 지사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삼자는 주장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후손들에게 일본의 이중성을 경계하고 역사인식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일본은 외국과 친선보다는 침략을 택했다. 1876년 강화도조약에서도 일본은 조선을 독립국이라고 했지만 결국은 우리나라를 강탈했다”며 “최근에는 위안부 문제를 두고 사과한 것이 본 뜻이 아니라고 말을 바꾸기 까지 한 나라가 일본”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미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협력하지 않을 수 없죠. 그래도 일본인들의 미소 속에는 비수가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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