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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2013년 6월 오피스텔 관리비 문제로 관리인과 실랑이를 벌이던 주부 B씨는 순간 물이 든 컵이 보였습니다. B씨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관리인의 얼굴을 향해 물을 끼얹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말리는 다른 직원의 상반신에도 역시 물을 뿌렸습니다.
날로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불쾌지수도 함께 올라가는 요즘입니다. 웃으며 넘어갔던 일들도 점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요. 앞서 소개한 두 가지 사례는 불쾌지수가 잔뜩 높아지는 여름에는 그리 특별한 일이라고 보기도 어렵지요.
하지만 사소한 것 같았던 소금과 물 때문에 식당주인 최씨와 주부 B씨는 모두 전과자가 됐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은 소금을 뿌린 최씨에게는 벌금 20만원을 그리고 서울중앙지법은 물을 끼얹은 주부 B씨에게는 벌금 7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식당주인 최씨와 주부 B씨는 모두 ‘폭행죄’로 처벌 받았습니다. 소금과 물을 뿌린 것이 어떻게 폭행이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有形力)의 행사’에 대해서는 강도와 관계없이 폭행으로 간주해 처벌합니다.
상해와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행위에 대한 처벌이라는 점은 같지만 다른 점이 많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해죄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가 반드시 필요하죠. 또 상해죄(형법 257조 제1항)에 대한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폭행죄보다 훨씬 무겁습니다.
이승우 법산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폭행은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사를 취소하면 바로 법적절차가 중지되지만 상해는 다르다”며 “상해는 쌍방합의 한다고 해도 법적 절차가 계속 진행돼 최소 검찰처분까지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신체접촉 없이 눈앞에서 지팡이나 주먹 등을 휘두르는 행위도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그간 법원의 판례는 ‘그렇다’라고 답합니다.
재판에 넘겨진 C씨는 “지팡이를 (위협적으로) 휘두를 기력도 없고 폭행에 해당하는 유형력을 행사할 의도도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법은 “피해자의 신체에 공간적으로 접근해 고성이나 폭언을 하거나 물건이나 손발을 휘두르는 행위는 신체적 접촉이 없었다고 해도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C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몇 십 만원은 그리 큰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순간의 화를 누르지 못해 뿌린 물이나 소금으로 전과자가 되고 벌금까지 내기엔 참 안타깝습니다. 수사기간과 법원에서 써야 할 시간도 아깝고요. 그러니 화나는 일이 있더라고 참고 넘어가는 인내심을 키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