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광주시 북구 비엔날레로 광주비엔날레 광장 앞. 겨울은 멀었지만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청동난로 2개에선 장작이 타면서 연기가 솟아오른다. 미국 LA를 무대로 활동하는 스털링 루비의 신작 ‘난로’다. 그 옆에는 임민욱 작가가 설치한 두 개의 컨테이너가 ‘내비게이션 아이디’라는 이름으로 놓였다. 컨테이너에는 한국전쟁 당시 진주와 경산에서 학살당한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골이 보관돼 있다. 전시관 입구에는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제레미 델러의 대형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델러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대표 작가였다. ‘무제’로 명명된 그림에는 불타는 건물에서 탈출하는 거대한 문어가 그려져 있다. 문어는 서구에서 주로 정치적 풍자나 비판적 이미지로 쓰인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광주비엔날레가 4일 개막식과 함께 66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광복 50주년과 미술의 해를 기념하고 한국 미술문화를 새롭게 도약시키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특히 5·18 광주민주항쟁의 역사적 의의를 비엔날레에 접목시켜 ‘민주·평화·인권’이라는 광주정신이 현대미술과 융합하는 장이 됐다. 덕분에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열렸던 제1회 때는 163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고 이후 지난 5월 세계적인 권위의 미술매체인 아트넷이 뽑은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선정될 만큼 아시아를 대표하는 미술행사로 성장했다.
△20년 된 비엔날레의 ‘터전을 불태우라’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시카 모건 예술총감독은 “이번 주제는 19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뉴욕 출신의 펑크록그룹 토킹 해즈의 노래 ‘버닝 다운 더 하우스’(Burning Down the House)에서 차용했다”며 “당시 토킹 헤즈는 라이브무대에서 집을 불태우라고 외치며 전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런 맥락이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현대미술의 현장인 광주비엔날레와 닿아 있다”고 말했다.
|
△38개국 111명 참여…작가 90%가 비엔날레 첫 참가
|
△시민참여프로·주말콘서트 등 부대행사 다양
비엔날레가 개최되는 11월 9일까지 광주지역 20곳에서는 ‘나도 비엔날레 작가: 쓸데 있는 궁리’란 제목으로 시민이 주인공이 돼 참여하는 전시도 열린다. 동구 지산사거리에서는 ‘세월호 진실 마중길’이란 전시가 열리며 남구 양림동 양촌길에서는 ‘광주 1930 골목 밝히기 프로젝트’ 등이 개최된다. ‘아트체험: 작가와 함께 하는 미술공작소’도 올해 처음 시도돼 작가와 관람객이 교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추석기간을 제외한 주말과 공휴일 오후 3시부터는 44회의 주말콘서트도 준비됐다. 어른 1만 4000원, 청소년 6000원. 사전예매를 하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062-608-4114.
|
☞ "광주비엔날레, 이 작품은 놓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