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의 비밀]샤넬백, 상품권으로 사면 40만원이 싸다?

사용처 제한된 구두 상품권 할인율 40%대 육박
활용도 높은 주유 상품권은 1.9~2.9% 불과해
연간 최대 1조6000억 훼손·분실 등으로 사라져
  • 등록 2014-07-31 오전 7:00:00

    수정 2014-07-31 오후 2:01:10

[이데일리 김재은 최선 김성훈 기자] 회사원 이모(34·여)씨는 결혼을 앞두고 평소 갖고 싶던 샤넬백을 사기로 했다. 이 때가 아니면 언제 살 수 있을까 싶어 과감히 ‘지르기’로 했다. 하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이씨는 인터넷을 뒤져 상품권을 이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점찍은 제품은 백화점에서 715만원에 판매된다. 이씨는 먼저 SK텔레콤의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해 예비신랑과 함께 200만원어치 상품권을 180만원에 샀다. SK텔레콤(017670)은 짝수달에 VIP 고객을 대상으로 신세계 상품권을 10% 할인해준다. 한도는 100만원이다. 나머지 상품권은 백화점 근처 상품권 매매업체에서 현금을 주고 4%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다. 결론적으로 이씨는 상품권을 활용, 40만6000원을 절약해 674만4000원에 샤넬백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씨가 40만원이 넘는 돈을 절약할 수 있었던 건 상품권이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되기 때문이다. 10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은 ‘상품권 사고 팝니다’라는 간판을 단 구둣방이나 상품권 매매업체를 통하면 95만~96만원에 살 수 있다. 할인율은 상품권을 발행하는 업체가 어디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상품권은 발행업체가 망하면 휴지조각이 되는 전형적인 유가증권인데도 회사채 등 일반적인 채권과는 다르게 할인율이 발행업체의 재무 상태나 신용등급과는 무관하게 결정된다.

상품권 할인율 ‘천차만별’

온라인에선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10만원짜리 상품권의 할인율은 동일하다. 온라인 상품권 매매사이트인 티켓나라에 따르면 10만원권을 구매할 때는 4%, 10만원권을 팔때는 5.5%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10만원짜리는 9만6000원에 살 수 있고, 팔 때는 9만4500원을 받는다는 얘기다.

반면 명동과 종로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권 매매업체나 구둣방에서는 백화점 별로 상품권 할인율에 차이가 난다. A상품권 매매업체에서 10만원권 상품권을 사면 롯데백화점 상품권은 9만5400원(할인율 4.6%)에 구입이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은 9만5800원(4.2%), 현대백화점은 9만5900원(4.1%)이다. 다른 상품권 매매업체도 롯데백화점 상품권의 할인율이 신세계(004170)현대백화점(069960)보다 약간 높다.

상품권 판매업체 관계자는 “전문 상품권 판매업체에선 보통 1억원 단위로 상품권을 구매하는데, 백화점 별로 추가로 제공하는 상품권 수량이 다르다”며 “추가 제공 상품권을 가격에 반영해 할인율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백화점에서 동일한 금액의 상품권을 구매한다고 했을 때 롯데백화점이 가장 많은 상품권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얘기다.

상품권 중 할인율이 가장 낮은 품목은 주유 상품권이다. GS·SK·현대오일 3사의 주유 상품권 할인율은 1.9~2.9% 사이다. 전국 주유소뿐 아니라 백화점·대형 마트·외식업체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은 때문이다. 반면 금강제화·에스콰이어·영에이지 등 구두상품권의 경우 할인율이 20~30%대 후반으로 높다. 선물받은 10만원권 에스콰이어 상품권을 B상품권 매매업체에 판다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6만3500원 뿐이다. 금강제화는 7만7000원이다. 발행업체 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한데다 구두업체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량으로 상품권을 찍어내면서 가치가 떨어진 때문이다. 특히 구두업체들은 높은 할인율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구두 가격을 부풀리거나 상품권으로 구매 가능한 제품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발행 물량 중 10~20% 지갑 속에서 사라져

작장인 김영운(33)씨는 이달의 우수사원으로 뽑혀 백화점 상품권 30만원을 부상으로 받았다. 그러나 김씨의 어머니가 상품권이 들어 있는 채로 옷을 세탁해 휴지조각이 됐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 등이 상품권 발행에 열을 올리는 데는 김씨와 같은 고객들의 부주의와 건망증 덕에 발생하는 막대한 부수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크레디트업계에선 국내에 발행되는 상품권 중 10~20%는 회수되지 않은 채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조폐공사를 통해 발행된 전체 상품권 물량은 8조2796억원. 작년 한해에만 8279억~1조6558억원의 눈먼 돈을 백화점·유통·정유·외식업체 등이 나눠 가졌다는 얘기다.

분실 사유는 다양하다. 김씨의 사례처럼 훼손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책상 서랍 속이나 장롱 안, 입지 않는 옷 주머니 속에서 잠자고 있는 상품권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무기명 유가증권과 동일한 성격인 상품권에 유효기간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레디트업계 관계자는 “규제나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생기면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모바일 상품권 등 일부 상품권처럼 유효기한을 두는 것도 철저히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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