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STX 지주사엔 '깐깐'..팬오션은 '인수 가능'

비협약채권 동의안하면 법정관리·파산
STX팬오션, 2000억 신규자금.. 유동성 지원
  • 등록 2013-08-22 오전 8:04:42

    수정 2013-08-22 오전 9:09:09

[이데일리 김재은 나원식 기자] STX(011810)그룹 살리기에 4조 5000억원이상 쏟아붓는 채권단이 지주회사인 (주)STX에 대해서는 더 깐깐한 조건을 들이댔다. 4265억원의 비협약채권자들이 채무재조정에 동참해야만 (주)STX와 자율협약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채권단은 일단 연말까지 보유채권 만기를 유예하면서 지켜보기로 했다.

그룹 지주회사인데 왜?

21일 STX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12월말까지 (주)STX 채권단이 보유한 채권을 상환유예할 것”이라며 “그기간동안 회사가 비협약채권자와 협상해서 100%에 근접하게 확약서를 내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나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주)STX의 계속기업가치(1조1200억원)가 청산가치(9904억원)보다 1296억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STX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4000억~5500억원가량의 신규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주)STX의 비협약채권 규모는 4265억원으로 이가운데 회사채는 3000억원수준이다. 나머지 비협약채권은 외국계 은행, 일반법인 대출 등이다. 반면 채권단이 보유한 (주)STX의 채권규모는 3000억원으로 비협약채권보다 1200억원이상 적다.

자료:산업은행
STX조선해양(067250)을 필두로 STX중공업(071970), STX엔진(077970), 포스텍 등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채권단은 그동안 별도로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요구한 적이 없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보유한 협약채권에 한해 상환유예, 출자전환 등 채무재조정을 진행하는 것으로 회사채 등 비협약채권은 정상적으로 상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STX조선, 중공업, 엔진 등은 제조업체로 일부 자금을 지원할 경우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창출할 수 있어 일부 비협약채권 상환에 쓰기도 했다”며 “반면 지주회사인 STX는 계열사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것과 종합상사 부문이 있지만 역할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계열사 대부분이 자율협약을 진행중이라 로열티 수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팬오션 2000억 지원..인수도 가능

채권단은 조건부 정상화를 내 건 지주회사 STX와 달리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팬오션(028670)에는 신규자금을 지원한다.

산업은행은 22일 내부투자심사위원회를 열어 단독으로 2000억원의 신규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에 지원되는 자금은 STX팬오션이 법정관리 상태인 만큼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우선변제권을 얻는다. 일종의 선순위 상환권이 생기는 셈이다.

산은 관계자는 “정책금융을 수행하는 입장에서 메이저 해운사인 STX팬오션에 대해 법정관리 초기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며 “충당금, 부실채권비율 상승 등의 부담이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이번 지원으로 당분간 STX팬오션의 영업활동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나아가 향후 STX팬오션이 정상화됐을 때 필요하다면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도 있다.

이 관계자는 “STX팬오션의 경우 구조적으로 심각한 부실을 털기 위해서 법정관리가 불가피했다”며 “향후 STX팬오션을 인수할 마땅한 곳이 없다면 파킹 개념으로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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