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의료대란 종료돼 수술이 갑자기 늘어나고 혈소판 수요가 급증할 경우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헌혈한 피가 사용되지도 못한 채 버려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앞으로 헌혈을 꺼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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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혈액원 관계자는 “혈소판 보존기간이 짧아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서 내렸던 조치”라면서 “지금은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전국(헌혈의 집)이 아닌 인천혈액원에서 혈소판 채혈 중단을 공지했던 사실이 있었다”면서도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차원에서 이 사실을 알고, 혈소판 채혈 중단 공고를 없었던 것으로 하기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혈소판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의료대란이 정상화 수준을 밟을 경우 더 큰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뤄진 수술이 일시에 몰릴 경우 평소보다 많은 혈소판이 필요한 데 수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에서 (수술실 진료가 몰리면 피가 더 많이 필요텐데) 순식간에 헌혈로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헌혈을 안 하던 사람들이 줄을 서지는 않을테니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 시스템이 정지된 상황에서 의료 체계가 한 번 흔들린 것이나 다름 없는데 지금이라도 의료 파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처나 문제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헌혈 기피 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사들의 파업 과정에서 혈액이 폐기되는 과정을 보게 된다면 자발적으로 헌혈하는 사람들의 효능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등학교 때부터 헌혈을 해왔다는 직장인 신모(35)씨는 “헌혈을 주기적으로 해왔는데 내 피가 쓰이지도 못하고 버려진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헌혈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모(31)씨는 “일 년에 한 두 번은 헌혈을 하는 편인데 피가 좋은 곳에 쓰이길 바라면서 하지 그냥 버려진다면 할 생각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