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지난 주 32원 넘게 상승하며 한 달여 만에 1310원을 터치한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보다는 하락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시장 과열이 한풀 꺾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간부들의 비둘기(통화완화) 발언이 나오면서 달러 약세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 공개될 미국 물가 지표에 대한 경계감은 남아 있는 터라 제한된 수준의 하락세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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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04.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15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09.8원) 대비 3.65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7월 비농업 고용은 18만7000명 증가해 시장이 예상한 20만명 증가를 밑돌았다. 그러나 7월 실업률은 3.5%로 시장의 예상치와 전달의 3.6%보다 하락했다. 무엇보다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이 전월 0.4%올라 예상치 0.3%를 상회했고 연율 4.4% 상승, 이 역시 예상치(4.2%)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임금 상승발(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비농업 고용 지표 발표 후 연준 간부들이 금리인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연달아 내놨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고용지표가 연착륙 가능성을 암시한다”며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오스탄 굴스비 사카고 연은 총재도 “타이트한 고용시장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디스 인플레이션 과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며 경기침체 없이 2% 목표를 달성하길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달러인덱스는 6일(현지시간) 오후 7시3분 기준 102.07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4일 102.02까지 떨어지며 약세를 보였던 것에서 소폭 상승해 움직이고 있다. 이에 달러·위안 환율은 7.18위안, 달러·엔 환율은 141엔대로 소폭 오름세다.
이번 주 물가지표가 발표되는 만큼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큰 폭의 하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10일 저녁 9시 30분에 발표되는 7월 미국 물가상승률 전년동월비 전망치는 3.2%로 예상되고 있다. 6월 3.0%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국제유가도 오르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예상치를 상회해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의 매매 흐름도 관심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주 국내 증시에서 1조원 가량 순매도했다. 미국 물가지표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급으로 보면 수입업체의 결제수요(달러 매수) 등 달러 매수 수요가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의 추가 상승이 제한된다면 상단에서 수출업체의 네고물량(달러 매도) 등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또 환율이 1300원대로 올라선 만큼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상단을 무겁게 만드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