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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이번 재수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입니다. 추 전 장관은 야권의 거물급 인사인 데다 내년 총선 출마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이번 재수사가 허탕에 그치면 검찰은 ‘망신주기 야권탄압 수사를 했다’는 역풍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검찰이 기존의 무혐의 결론을 뒤집어 재수사에 나선 것은 내부적으로 추 전 장관 유죄 입증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이 있고, 재수사 명분도 충분하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秋 라인’ 동부지검장이 ‘秋 비리’ 수사 지휘…뭉개기·봐주기 논란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카투사 군복무 중이던 서 씨가 휴가에 복귀하지 않았는데 그의 모친인 추미애 당대표가 군에 압력을 넣어 이 사안을 무마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합니다.
실제로 아들 서 씨는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도 2차례 휴가를 연장해 23일 연속으로 휴가를 사용했습니다. 휴가 연장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것은 ‘탈영’에 해당하는지, 아울러 23일 연속 휴가라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는 결국 ‘엄마찬스’ 때문이 아니었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뒤늦게 논란이 확산되자 동부지검은 황급히 관련자들을 소환하며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의혹의 핵심인 추 전 장관은 소환 없이 1차례 서면으로 조사하는데 그쳤고 그로부터 이틀뒤 의혹 관계자들을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습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하는 김관정 동부지검장은 일명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는 인물이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검에서 근무하던 그를 동부지검장으로 배치한 것은 ‘아들 휴가 사건’을 뭉개려는 속셈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던 이유입니다.
실제로 동부지검은 사건을 수사하던 중 부대 간부로부터 ‘추미애 당대표의 보좌관이 직접 부대로 전화해 서 씨 휴가연장을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수사팀은 조서에 이 내용을 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고, 야권은 “추 장관이 부대에 외압을 가했느냐가 핵심인데 가장 중요한 진술이 고의로 누락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사건 넘어간 서울고검엔…‘황태자’ 이성윤 고검장
동부지검의 결론에 불복한 국민의힘은 의혹을 다시 판단해 달라는 항고장을 제출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고검 역시 사건을 1년 넘게 묵혀둡니다. 이미 사실관계가 어느정도 파악됐고 쟁점이 비교적 간단한 사건인데도 이토록 장기간 방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서울고검은 항고장 제출 1년 6개월 만에서야 “동부지검이 수사한 내용을 검토한 결과 처분을 변경할 만한 사유가 없다”며 항고를 기각했습니다.
이렇게 뭉개기 논란이 그칠 줄 몰랐던 추미애 아들 의혹은 다시 서울동부지검의 손으로 들어왔습니다. 3년 전의 동부지검과 지금의 동부지검은 인적구성이 크게 다릅니다. 수사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검찰이 재수사 끝에 추 전 장관에게 죄가 있다고 판단하면 야권은 ‘검찰이 총선 시즌에 맞춰 정치적 보복 수사를 한다’고 격렬하게 반발하고, 여론의 시선도 마냥 곱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이 사건 재수사에 나서야만 했던 이유를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수사성과를 보여줘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