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세대공감…스무살·일흔둘 “함께 살아요”

서울시, 대학생 주거난 해결 위해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 실시
올 2월까지 31건 계약…작년 한 해 실적의 절반 이미 채워
고물가에 저렴한 월세·관리비 'Zero' 등 대학생 마음 움직여
  • 등록 2023-03-07 오전 7:00:00

    수정 2023-03-07 오전 7:00:00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올겨울 난방비 폭탄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저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 같았어요. 어르신과 룸셰어링(주거 공유)을 하고 있는데 관리비를 전혀 내고 있지 않고 있거든요. 올해 전반적인 물가가 오른다고 해서 한 차례 더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을 2년째 이용 중인 대학생 조모씨)

난방비 급등 등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대학생들의 주거 풍속도가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기피됐던 서울시의 주거 공유 사업 ‘한지붕 세대공감’이 2개월 만에 지난해 계약의 절반을 채우는 등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에다가 관리비도 내지 않고, 어르신이 주는 밥도 먹는 등 일종의 ‘하숙’ 느낌도 낼 수 있어 대학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에서 대학생들이 실제 거주하는 방의 모습. (사진=노원구 제공)
한지붕 세대공감, 2개월 만에 작년 실적 절반 달성…다시 뜨는 ‘주거 공유’

6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지붕 세대공감’ 계약 건수는 올 2월까지 3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체결된 계약 건수가 66건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2개월 만에 절반에 가까운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총 226건으로 서울시는 이 때보다 신청 속도가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한지붕 세대공감은 지난 2013년부터 대학생의 주거난 해소와 동시에 어르신이 외로움을 덜고 용돈도 벌 수 있게 하는 서울시의 ‘주거 공유’ 사업을 말한다. 대학 인근에 자기 집을 소유하면서 거주하고 있는 어르신이 인근 소재 대학생에게 시세의 50%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 방 한 칸을 내어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가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잠시 주춤했던 주거 공유 사업은 올해부터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대면 수업이 재개된 데다가 저렴한 주거 비용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탓이다. 특히 7개의 대학(광운대·삼육대·서울과학기술대·서울여대·육군사관학교·인덕대·한국성서대)이 몰려 있는 노원구에서 반응이 폭발적이다. 같은 기간 노원구의 한지붕 세대공감 계약건수는 20건으로 서울시 전체에서 65.5%를 차지했다. 이달 들어 3일 만에 추가적으로 2명의 대학생이 주거 공유 사업을 신청해 입주를 앞두고 있고, 최근에도 2명이 방을 보고 가는 등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경상남도 김해에서 올라와 인덕대에 입학한 새내기 송예지(20세·여)씨는 “서울이라는 곳에 왔을 때 가장 걱정됐던 것이 주거 비용이었는데 노원구에서 진행하는 주거 공유 사업은 보증금 없이 30만원이면 해결할 수 있어 바로 신청했다”며 “학생식당(학식) 가격도 전과 달리 많이 올랐다고 하던데 수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만한 선택지는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노원구청은 지난 2월 28일 한지붕 세대공감에 참여하는 어르신과 대학생과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날 협약식에서는 같은 주거 공간에 사용하는 어르신과 대학생이 원활한 주거 사용을 한다는 협약서에 사인을 했다. (사진=노원구 제공)
관리비 무료·어르신 차려주신 밥까지…‘짠테크’ 대학생에 통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고물가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는 점도 주거 공유 사업이 활기를 띠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 중 올겨울 극심한 한파가 몰려오면서 일부 대학생들은 난방비 폭탄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등 월세와 더불어 관리비 부담도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에 재학 중인 조모(22세·여)씨는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에도 한지붕 세대공감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저렴한 주거 비용도 장점이지만, 이번에 재계약을 한 건 관리비 부담이 아예 없다는 점이 더 주효하게 작용했다. 조씨는 올겨울 난방에 대한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았다. 서울에 자취를 하고 있는 주위 친구들이 관리비 폭탄을 맞았다며 하소연을 할 때 조씨는 부담 없이 겨울을 견뎌낼 수 있었다. 조씨는 어르신과 협의해 여름철에도 월 3만원만 더 내면 제한 없이 에어컨을 사용할 수 있다. 조씨를 비롯해 올해 노원구에서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을 신청한 20명 중 7명은 재계약을 한 이들이다.

사업에 참여 중인 어르신들도 관리비 부담에 대해서는 본인이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2016년부터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에 참여 중인 연양흠(72세·여) 할머니는 “넓은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쓸쓸했는데 대학생들이 오면서 말벗도 해주고 분위기가 훈훈해졌다”며 “타지에서 올라왔는데 난방비뿐만 아니라 밥 한 끼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어르신과 주거 공유를 하다 보니 주기적으로 밥을 얻어먹을 수 있는 등 일종의 ‘하숙’의 성격도 짙어 식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주거 공유 사업에 참여한 박모씨(21세·남)는 “어르신이 아침을 챙겨주기도 하고 종종 저녁에 언제 들어올 거냐면서 저녁을 차려주시기도 했다”며 “학식이 줄줄이 인상되는 탓에 기숙사에 살 때보다 식비가 많이 절약돼 어르신에게 감사했다”고 회고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6개월마다 리모델링비 100만원을 지원받아 새로 도배를 하거나, 신청하면 재활용센터에서 필요한 가전제품을 조달해주는 등 초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대학생들이 만족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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