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쉴 틈 없네요"…올해도 '집' 못가는 사람들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설 명절…귀성·해외여행 인파↑
코로나·고물가로 장사 어려워…"손님 한 명이라도 더"
사회 안전 위해 자리 지키는 경찰·소방·환경공무관들
청년들, 학업·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로 "연휴도 일상"
  • 등록 2023-01-20 오전 6:00:00

    수정 2023-01-2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범준 황병서 기자] “설 연휴 기간 다들 고향에 가고, 해외여행 가느라 손님이 많을 거 같진 않아요. 그래도 손님 한 명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설날에 귀성 대신 가게 문을 열겁니다.”

19일 서울 마포구 마포시장 식당 거리 모습. 이번 설 연휴에도 가게 문을 여는 매장들이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길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첫 설 명절을 맞은 2023년 검은 토끼해. 민족 최대 명절인 만큼 연휴를 이용해 코로나 기간 좀처럼 가지 못했던 고향을 찾거나 해외 여행을 떠나려는 시민이 부쩍 늘어난 분위기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설연휴기간 고속도로 예상 교통량은 하루평균 519만대로 전년(419만대) 대비 약 23.7% 증가 등 차량 통행량과 인구 이동량이 전년보다 20% 이상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이번 설 연휴 기간(1월 20~24일) 인천공항 이용객이 총 61만6074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평균 12만명 이상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배 가까이(1290%)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들뜬 마음으로 귀성길과 해외 여행길에 오르는 시민과 달리, 좀처럼 머문 자리를 마음 편히 떠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와 물가 상승세로 깊어지는 불경기 탓에 생업이 막막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그렇다.

서울 강서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고향이 인천 강화도인데 설날 당일 아침 일찍 잠깐 본가에 갔다 올 예정”이라며 “경제도 어려운데 놀아봤자 손해인데다 바쁜 시간대에 고용한 주방 직원도 그만둔다고 해서 쉴 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최모(38)씨도 “예전에는 명절에 여행도 가고 했지만, 요즘은 월세와 인건비 내는 것도 버거워 설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생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혼자 카페 문을 열려고 한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한 골목길에서 환경공무관들이 밤 시간대를 이용해 생활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힘쓰는 필수직군인 경찰·소방·환경공무관 등도 명절이라고 해서 마냥 자리를 비울 수는 없다. 이들은 교대 근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빈틈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아직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탓에 병원과 요양원 등에 종사하는 의료진과 간병인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조모(37) 경장은 “고향이 대구지만 직업 특성상 순번 근무와 상황 대기로 명절마다 맘 편히 집에 내려가 부모님 얼굴 뵙기도 어렵다”며 “최근에 덜 바쁠 때 휴가를 내고 미리 고향에 잠시 다녀와서 이번 설 연휴에는 근무하며 서울에서 혼자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갈수록 좁아지는 대입 관문과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 학원과 도서관 등을 오가며 책장을 넘기기 바쁜 수험생과 취업준비생들도 마찬가지다. 365일 24시간 불 켜진 편의점 매장과 시민의 쉼터인 카페(커피숍)를 지키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있다. 이들은 연휴라고 해서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상대적 박탈감’에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용산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모(26)씨는 “아파트 단지 인근 점포다 보니 명절을 쇠기 위해 오가는 손님들이 많은데 고향에 가지 못하는 저 자신에게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오기도 한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서울 마포구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도 “설 연휴에도 매장이 정상 운영하기 때문에 저 역시 출근하느라 본가는 다음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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