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권 놀음에 행정수도 덧날까 걱정된다

  • 등록 2016-08-26 오전 6:00:00

    수정 2016-08-26 오전 6:00:00

대권주자들이 ‘행정수도 이전론’ 군불 때기에 앞 다퉈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6월 새누리당 ‘잠룡(潛龍)’의 한 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국회는 물론 청와대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며 운을 뗀 것이 그 본격 시발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차례로 동조한 데에 이어 그제 대전을 방문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행정수도 이전을 검토할 때가 됐다”며 가세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2012년 대선 후보였을 때와 지난해 당대표 시절 ‘행정수도 역할론’을 편 적이 있다. 이쯤 되면 행정수도가 내년 대선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치권 곳곳에서 거론되는 개헌 논의와 맞물릴 경우 행정수도 이전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행정수도를 주장하는 측에서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비효율’이다. 세종시로 내려간 부처의 장·차관과 국·과장 등 간부들이 국회와 청와대, 국무총리실 등을 오가느라 길바닥에 뿌리는 세금과 시간과 정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에 집중된 정치·경제 권력의 기득권 타파와 지역 균형발전이란 그럴싸한 명분까지 덧붙여 번듯한 대선 의제로 포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진짜 속셈은 따로 있다. ‘충청권 표심’이 그것이다. 1997년 대선 이래 충청권에서 패하고도 당선된 전례가 없는 만큼 ‘충청 대망론’을 거론하며 충청도의 환심을 사려는 대권주자들의 심경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고 털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정치 지도자들이 지역주의를 경쟁적으로 부추긴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추진이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무산된 이유가 바로 비효율이다. 당시 엄청난 논란 끝에 미국 같은 예외를 빼곤 세계에서 행정수도가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고 비용 문제로 기존 행정수도들도 통합이 대세라는 논리가 반영됐다. 세종시는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비효율이 수없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을 의식한 끝에 무리하게 밀어붙여 놓고 이제 와서 비효율을 핑계로 아예 행정수도로 가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본말이 뒤바뀐 얘기다. 현재의 행정중심복합도시보다 행정수도의 비효율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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